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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완희 Jul 20. 2024

25화 '밤'의 곶자왈, '낮'의 곶자왈

'밤'엔 청수리 반딧불이마을로, '낮'엔 곶자왈 도립공원으로

 코로나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곳의 인기는 나날이 올라갔다. 바로 '캠핑장'. 치열했던 주말예약을 몇 차례 도전했지만, 결국 엄마의 예약실패와 마주하며 기대했던 캠핑을 아쉬워했던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 3박 4일의 교외 체험학습신청서제출하고, 평일 우리만의 '독서캠핑'을 떠났다.

주말이었다면 빈자리 없이 모든 사이트가 텐트로 가득했겠지만, 평일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캠핑장엔 모든 자리를 전세 낸 듯, 단 하나 우리텐트만이 설치되어 있었던 그때, 낮엔 나무 그늘 벗 삼아 아이들과 책을 읽었고, 밤엔 별과 달을 벗 삼아 텐트 안에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평소 아이들과 밤하늘을 많이 보지 못했던 탓인지, 3박 4일 동안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릴 때마다 시골의 깜깜한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과 달을 보며 신기해했고, 알고 있는 별자리를 찾고 달을 보며 밤하늘에 오롯이 스며들었다. 나 또한 캠핑의 꽃인 불 멍이 아닌, 별과 달 멍을 통해 일상의 힘듦을 위로받기도 했다.

그 후로 나는 아이들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집에서 한 시간 걸리는 김해천문대로 특별한 '밤 산책'나가곤 했는데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자연을 더 가까이 느끼며 반짝이는 별들과 달을 보았던 것이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밤 산책의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른 새벽의 어둠을 뚫고 산에 오르는 것과 깜깜한 밤의 어둠을 뚫고 걷는 밤 산책. 새벽과 밤의 어둠 안에 담긴 고요함을 느끼며 걷는 기분이란 몸의 떨림, 곤두서있는 나의 신경체계들 속에서 온전한 나를 찾는 느낌이랄까?

걷는 여행을 하며 안전을 위해 아이들과 밤에는 무조건 숙소에 있었기에, 한 번쯤은 걷는 여행에서 밤 산책을 해보고 싶었던 로망이 있었고, 그 로망을 제주의 푸른 '밤'안에서 느껴보고 싶었다. 자연을 더 가까이 느끼며 자연 안에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밤 산책을 생각하다 우린 이곳으로 향했다.


바로, 청수리 '반딧불이 마을'.




"엄마. 밖에 비 진짜 많이 와요."

"그렇네. 근데 취소된다는 문자가 없어서.. 우리 일단 마을로 가보자. 그쪽엔 비가 안 올 수도 있으니까."


 저녁 8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이 어둡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가로등이 몇 개 없는 도로엔 현재 우리 차 밖에 없다. 차 앞유리의 와이퍼를 빠른 속도로 돌리고, 반대편의 차가 오지 않을 땐 쌍라이트까지 켜서 안전하게 운전을 하며, 걱정하고 있던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아이들은 둘 다 무섭다고 난리가 났다. 그중, 차 위로 떨어지는 세찬 빗소리가 제대로 한 몫했던, 긴장되었던 이동 시간을 지나, 드디어 청수리 반딧불이 마을에 도착을 했는데 마을 어른들로 보이는 분들이 천막아래 접수를 받고 계셨고 한쪽에선 먹거리를 만들고 계셨다. 우린 주차를 하고 서둘러 접수처로 갔다.


"안녕하세요. 오늘 반딧불이 보러 갈 수 있나요?"

"예약하셨어요?

"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주완희에요. 어른 한 명, 어린이 두 명 예약했어요."

"B코스 예약하셨네요. 오늘 반딧불이 보러 갈 거고요. 혹시 우비 챙겨 오셨나요? 안전상 문제 때문에 우산을 쓸 수가 없어서 무조건 우비 입으셔야 돼요. 없으면 옆에서 구입하세요."


 가느다란 비가 아닌, 굵은 빗방울이었기 때문에 반딧불이를 보러 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출발한다는 말씀에 비를 피해 우비를 입은 채 아이들과 천막아래에서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린 밤 9시 예약으로 반딧불이코스 중 가장 긴 80분 코스를 예약했고, 앞 타임이었던 8시 30분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타고 있었는데 인솔하시던 분께서 8시 30분 타임도 가능하다고, 아이들과 얼른 버스에 타라고 말씀을 하셔서 예약했던 시간보다 30분 빠르게 버스에 올랐다.


사진출처. 청수리 반딧불이마을 홈페이지

 청수리 반딧불이 마을의 탐방코스는 총 3가지 코스로 나눠져 있다. 오늘 우리가 걸을 코스는 B코스, B코스는 3km 거리로 평균 80분 정도 소요되며, A.C 코스와는 다르게 버스를 타고 출발지점으로 5~6분 정도 이동 한 후, 우리가 버스를 탔던 지점까지 걸으며 반딧불이를 보는 코스다.


 버스 안에서 숲 해설가이드 분(선생님)은 다 함께 숲길을 걸으며 혼자 다른 곳으로 이탈하지 않기, 핸드폰 켜지 않기 등 여러 지켜야 할 사항에 대해 말씀해 주셨고 반딧불이 영상을 보여주시며 B코스의 출발지점으로 이동했다. 오늘 우리와 반딧불이를 보러 가는 분들은 거의 20명가량 되었고 5분 넘 짓 지나, 어떤 좁은 길 가에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우비 위로 빗방울들이 투둑투둑 떨어졌고 사람들이 다 내리고 버스가 떠나자 우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둘러싸였다. 그 순간 선생님께서 작은 불빛을 밝히셨다. 보통 야간 낚시를 할 때 쓰이는 형광색 '찌'.    


"지금부터 한 줄로 서서 이동할 거예요. 제가 버스에서 보여드렸던 이 작은 불빛만 따라오세요."


 깜깜한 어둠 속에 선생님께서 높이 들고 계셨던 형광색 찌만 보이다, 서서히 어둑어둑하게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비를 입었지만 얼굴에 빗물이 떨어지고, 신발 위로 점점 빗물과 숲 바닥의 물들이 스며드는 걸 느끼며 우리도 점점 곶자왈의 숲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반딧불이를 보는 숲 길은 한 명이 겨우 지나갈만한 폭의 숲 길이었고, '무조건' 한 줄로 서서 이동하는 것만 가능했다. 우린 일행들 중에서도 가장 뒤에 서서 걸었고 아이도, 엄마도 긴장되는 마음을 가지고 어두운 숲을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숲 입구에서 얼마 들어가지 않아 반딧불이로 보이는 깜빡거리는 불빛이 하나 보였다.


  "(속삭이듯) 엄마~ 저기 반딧불이예요."


숲 입구, 풀 숲아래에 반딧불이 한 마리가 보였다. 순간 긴장되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며 아이들에게 나도 속삭였다.


"엄마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반딧불이를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반딧불이가 나와있었다. 그렇지?"


  숲 길엔 나무와 풀 그리고 사람들의 우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걷는 발자국 소리만 들릴 뿐 모든 것이 고요했다. 우리를 포함해 숲길을 걷는 분들 모두 반딧불이가 있는 이 숲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어둠은 이렇게 우리 감각의 모든 것을 하나로 집중시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점점 숲 안으로 들어가며 우리 시선엔 셀 수 없는 많은 반딧불이가 보였고 그 모습은 마치, 빛 공해가 적은 시골 캠핑장에서 보았던 밤하늘에 놓인 별들 같았다. 날아다니며 움직이는 반딧불이도, 한 곳에 머물러있는 반딧불이도, 반짝반짝 빛을 내며 귀한 존재감을 나타냈던 그 모습들은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 만큼 아름다웠다.


 숲 길을 걷다, 반딧불이가 유독 많이 있던 공간에서 반딧불이를 보며 잠시 서서 쉬는 동안, 우리를 인솔해 주셨던 선생님께서는 숲과 반딧불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 지금은 캄캄해서 볼 수 없지만,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나무. 덩굴. 돌들이 뒤섞여 숲을 이루고 있는 제주 청수리의 곶자왈이에요. 이곳에선 운문산 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데,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이 반딧불이는 운문산 반딧불이예요. 경상북도 청도 운문산에서 처음 발견이 되어서 운문산 반딧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5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볼 수 있고, 제주 청수리 마을 숲에서 운문산 반딧불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어요. 곶자왈의 사계절 중 여름이 다가오려는 지금, 비가 와서 더 습하고 축축한 이곳을 반딧불이가 좋아하는데, 무엇보다 깨끗한 환경이기 때문에 반딧불이가 이곳에 더 많이 서식하고 있어요.

 그리고 숲에서 반딧불이를 살펴보면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들도 보이고, 아래에 움직이지 않는 반딧불이도 보이죠. 움직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는 수컷이고, 숲 아래 움직이지 않고 빛을 내는 반딧불이는 암컷이에요.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는 건 서로를 알려 짝짓기를 하기 위한 이유도 있고, 자신을 보호하고 주변에 위험을 알리려고 하는 부분들도 있어요.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빛을 내는 반딧불이들을 보고 있으니, 곶자왈 속 반딧불이들의 세상에 내가 여행을 떠나온 듯한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과 자연 속 걷는 여행을 하며, 이토록 아름다운 반짝거림은 처음이었다. 밤하늘을 따라, 저 먼 지구밖 태양계를 지나, 더 깊은 우주 속으로 들어가 수많은 별들이 모여 반짝이는 은하수를 실제로 본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했다. 반짝이는 우주의 별 들만큼, 숲 속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던, 셀 수 없는 많은 반딧불이를 본 건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반딧불이가 기후 온난화와 사람들의 서식지 훼손으로 개체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줄어드는 반딧불이들의 문제는 나아가 생태계 전반의 문제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연과 반딧불이의 소중함을 느끼며 곶자왈의 숲 길을 걷고 있는데,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챈 건지 반딧불이가 숲에서 우리 쪽으로 한 마리 날아와 우리 주변을 맴돌더니 둘째 아이의 우비 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둘째 아이는 당황하며 놀랐고, 반딧불이는 우비 속에서 밖으로 나오려는 출구를 찾 듯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결국 둘째 아이의 우비를 벗겨 밖으로 나오게 했던, 우비 속 반딧불이와의 한바탕 소동이 벌어져 우리 앞에 있던 사람들과 맨 뒤에 따라오던 선생님께서 신기해하며 웃으셨다.



  1시간 반 동안 내리는 비와 우비 속으로 흘러내렸던 땀이 뒤범벅되며, 워터파크에 온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 신발까지도 다 젖었지만, 밤하늘 반짝이는 은하수를 닮은, 반딧불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오늘의 밤 산책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밤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다음 날]


 젖은 등산화가 채 마르기도 전에, 또 걸어야 한다고 하니 아이들의 짜증은 아주 제대로 뿔이 났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내일은 걷지 않고 무조건 '휴식'한다는 약속을 하고 곶자왈 도립공원으로 향했다. 제주로 걷는 여행을 온 이후로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없었고, 오늘도 여전히 굵은 비가 내렸다. 이 길을 걸으면 등산화가 더욱 축축하게 젖을 것이고, 아이들은 힘들어할 것이 뻔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이 길을 꼭 걷고 싶었다.

전 날에 보았던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곶자왈의, '낮'의 모습이 궁금했었고, 아이들에게 '낮'의 곶자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2년 전 제주 거문오름을 오르며 아이들과 '곶자왈'을 걸어보았지만, 그때 보고 느꼈던 나무와 돌, 덩굴의 아름다움을 이름까지 '곶자왈 도립공원'인 이곳을 걸으며 다시 한번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다.


사진출처. 곶자왈 도립공원 홈페이지

 곶자왈 도립공원의 생태탐방 코스는 다섯 갈래로 나뉘어있는데, 오늘 우리는 탐방안내소를 지나 테우리길-한수기길-빌레길-전망대-테우리길-탐방안내소로 이어지는 2코스 총 3.8km, 평균소요시간은 80분이 걸리는 길을 걷게 된다.

엄마와 협상했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엄마의 간절한 부탁으로 이 길을 함께 걸으려 곶자왈 탐방안내소를 들어가며 아이들은 언제 투덜거렸냐는 듯, 곶자왈 초입의 데크길을 걸으며 뒤를 따라오는 엄마에게 "엄마. 데크길이 미끄러우니까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했다. 곶자왈 특유의 이끼향에 코 끝이 시큰한 것인지, 아이들의 고마웠던 마음에 코 끝이 시큰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아마도 아이들의 고마웠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우린 어제 보았던 '밤'의 곶자왈인 반딧불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곶자왈의 숲 길을 걸었다. 그런데 곶자왈의 숲 길을 걷는 동안 곶자왈에 대한 퀴즈를 풀고 답을 확인할 수 있는 안내판들이 많았다. 비가 오는 날씨였고 우리만의 속도로 쉬엄쉬엄 걷고 싶어서 따로 해설탐방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곶자왈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있어서 해설탐방 못지않게 곶자왈을 이해하며 숲을 걸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곶자왈 용암지대의 암석들로 인해 식물들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인데, 돌과 나무들이 함께 공존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몇 번을 생각해도 신기하다고 했다. '엄마. 나무들이 어떻게, 이렇게 자랄 수 있었을까요?'라고 얘기하며 한참 동안 숲을 보았다.

돌에 자라난 이끼들을 만져보고, 고사리의 모양을 살펴보며, 덤불의 구불구불한 줄기를 눈으로 손으로 따라가 보고, 숲 냄새를 맡으며 제주 곶자왈의 숲 길을 걷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삶 안에 곶자왈의 아름다운 모습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곶자왈의 나무처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이겨내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자연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함께 가질 수 있기를, 이라는 생각을 했다.


 '낮'의 곶자왈을 걸으며 비교적 평탄한 길이었다 하더라도, 내렸던 비로 길이 많이 미끄러웠던 탓에, 평균 1시간 반이 소요되는 곶자왈의 숲 길을 2시간 반 동안 걸었다. 결코 쉬운 걷기는 아니었다. 미끄러웠던 돌 길과 숲길을 걸으며 더욱 집중해야 했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등산화 위로 빗물이 떨어져 등산화는 물론 등산화 안의 양말까지 모두 젖어 발걸음이 더욱 무거웠다. 또한 습하고 축축했던 날씨로 우비 안, 입고 있던 옷이 땀으로 모두 젖어, 첫째 아이는 우비를 벗고 비를 맞으며 곶자왈의 숲 길을 걸었다.


 이 글을 읽으며 '아이들과 이렇게까지 걸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가 그런 의문이 든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아이들과 걸으려 했을까?' '그 이유가 뭘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일상을 보내며 지쳤던 내 마음을 자연 안에서 위로받고 싶었고, 아이들에겐 앞으로의 삶을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지금을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마음 안에 담아주고 싶었던 것 같다.


     




곶자왈의 어둠 속, 나에게 보였던 반딧불이

곶자왈의 밝음 속, 나에게 보였던 나무와 돌,그리고 덤불


곶자왈의 어둠 속, 반딧불이는 나에게 '희망'처럼 보였을 수도 있고

곶자왈의 밝음 속, 나무와 돌 그리고 덤불은 나에게 '척박한 환경'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밤'과 '낮'이란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가 삶을 살아가 듯

희망이라는 밝음과 척박한 환경이라는 어둠 함께 내포하며 살아간다.


'밤'에 느꼈던 곶자왈 숲의 감각과

'낮'에 느꼈던 곶자왈 숲의 감각은

확연히 달랐지만, 같았던 건 '숲은 언제나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제주의 걷는 여행을 하면서 내렸던 비로 옷도 신발도 젖어, 유독 다른 걷기 여행들과 다르게 셀프빨래방에서 시간을 보냈던 적이 많았었다. 반딧불이를 보고 늦은 밤 숙소로 돌아와, 적지 못했던 일기를 셀프빨래방에서 적으며, 짧았던 그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던 나연이 나예에게 너무 고마웠다고 꼭 얘기해주고 싶었다.


첫째아이가 셀프빨래방에서 적었던 일기 중, 한 부분
깜깜해서 앞에 사람이 잘 안보인다 하더라도 양옆에서 수많은 노란색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와...진짜 환상적이었다. 반딧불이를 반려곤충으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깜깜한 밤 속에서 보이는 반딧불이를 보고 인간의 인생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깜깜하게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면 언젠가 어둠속을 밝혀주는 반딧불이처럼 내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되어 있지 않을까?



'밤'과 '낮'의 곶자왈 숲길을 걷는 것이 힘들었음에도 엄마와 함께 동행해 준, 나연이 나예 너무 고마워.

    




아이들과의 스물네 번째 여행 중, 어느 한순간.



 우리의 걷기 여행은 계속 진행된다.







 매년 6월 초~7월 초 열리는 반딧불이의 올해 2024년도 축제는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반딧불이 탐방은 청수리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요.

반딧불이마을 청수리 (cheongsuri.kr)


※ 반딧불이는 빛에 민감하여 밝은 빛이 나면 나타나지 않고, 인공조명은 서식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여 사진촬영(카메라플래시)이 불가했어요.


(반딧불이 사진출처. pixabay)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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