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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민 Feb 14. 2024

[프롤로그]
격정멜로 작가가 되고 싶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승인


나의 어릴 적 장래희망은 애를 여섯쯤 낳아 키우는 현모양처였다.

그리 손재주가 있는 편은 아니지만 요리는 맛있게 먹을 만큼 하고, 퀼트 같은 바느질은 좋아하지만 

뜨개질은 젬병이다.


30년 이상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월급 받는 나를 친구들은 놀라기도 하면서 시원하게 밥값낼 때는 고위직 여사님이라고 놀린다. 오래 다녔으니 지금 직급까지 온 거지 뭐…


작년 가을 서울출장에서 만난 후배 진구 녀석이 지하철역에서 헤어지기 전 서점으로 끌고 가 이근후 교수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책을 사줬다. 그날 한 권을 숙독(熟讀)했다.


난 2030년 퇴직 후 어떻게 재미나게 살까? 누구는 “더 올라가서 임원이 되어야죠.”라지만 그깟 임원은 2~3년짜리고 20~30년짜리 새 인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하고 싶은 건 격정멜로작가다.

글로는 표현 못하는 게 없으니까!

몇 년 전부터 후배 은화는 내게 브런치에 그동안 직장생활을 쓰라고 했었다. 나중에 책도 발간할 수 있다고...

사실 브런치가 먹는 건 줄 알았다.

그런 건 귀찮고 격정멜로를 쓰고 싶다고!


이것저것 기웃거렸더니 <브런치>가 아점이 아니고 글쓰기 플랫폼이네?

그런데 아무나 쓸 수 없고 작가승인을 받아야 한단다.


신청할 때는

1. 자기소개(300자)

내 나이가 몇인데 300자로 쓰라니! 

줄이고 줄여서 289자로 압축 소개


2. 브런치 활동 계획

쓰고 싶은 글의 주제와 소재, 목차를 내란다.

뭐 스펙터클한 회사 썰을 목차로 정리했더니 30화는 끄떡없이 나오던데, 이것도 300자 제한이라 11화까지만 적었다.

- 믿고 싶지 않지만 여자의 적은 여자였어

- 이 나이에 플라토닉 러브하랴

- 미안하지만 나이스한 들이받기는 없어

- 휴가를 다녀오니 책상이 없어졌다 등등


3. 작가의 서랍에 써둔 글 1~3개

위 목차 중 3개를 제출했다.


4. 출간도서 또는 SNS 사이트

블로그 없었으면 어쩔? 

몇 달 전 시작한 블로그명이 좀 거시기하지만 난 장래 격정멜로작가니까 <ㅇㅇ다이어리>를 적고, 신문에 기고한 것도 링크를 걸었다.


오마나!

신청 하루 만에 작가 승인이 나버렸다.

고뤠-~~~~? 그럼 글 좀 써볼까?

염탐을 위해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 글을 쭉 봤는데, 이건 너무 아름다운 세상 아닌가?

난 필명으로 격정멜로를 쓰고 싶은데 푸른 하늘 은하수 같은 수필들이네.

번지수를 잘못 찾았나 보다.

브런치로 책도 출간하고 강의도 나가고 돈도 번다는데 그런 건 좀 귀찮고, 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싶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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