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가 많고 바쁜 주간이 지나거나 혹은 바이어 미팅을 치르고 나면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보상의 의미로 쇼핑을 하곤 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명품을 사는 것도 아니고, 자라에 가서 위아래 옷을 사거나 올리브영에서 세일하는 수분크림을 사는 정도랄까.
그렇게 한껏? 돈을 쓰고 나면 '아, 이래서 돈을 버는 거지' 라며 고생했던 나를 위로하는 동시에 다시 일을 할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
얼마짜리 무엇을 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사는 행위로 인해 분출된 도파민은 행복과 만족감으로 위장되었고
그 기분을 위로라 생각하며, 소비를 합리화했던 것이다. 열심히 일한 나를 위한 보상, 그리고 테라피야!라고.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요즘 뭘 샀는지, 뭘 사고 싶은지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면 아마 이박 삼일을 떠들어도 안 끝날 것이다. 집단치유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요즘 퇴사를 앞두고 고민이 깊다.
쇼핑을 할 명분도 사라지고 돈도 없으니.
청소기가 시원찮고
설거지가 너무 많고
침구가 너무 낡았다
봄에 입을 옷이 '또' 없는데
아주 큰일이 난 것 같고 불안하다.
뭘 사면 이 불안증을 치료할수 있을까?
쇼핑테라피에서 쇼핑강박으로 가는 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