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절차 - farewell letter
지켜보고 있다
퇴사일을 통보받고 farewell 편지를 써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나가는 사람들의 편지만 받아왔던지라 막상 쓰려고 하니 모두에게 같은 말을 남기는 식상한 편지가 싫었고 또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껏 쓰려니 간지럽다. 보든 안보든 여기다 남기련다.
그리하여 이번 편은 매우 사적인, 편지 글이 되겠다.
레이철 , 내 친구- 팀원 -다시 내 친구
나에게 글을 써보라고 브런치를 소개하고 권하고 응원해 주는 내 진로탐색 여정의 최측근 조력자이다.
사원시절부터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친구로 지내다가 중간에 이직과정이 꼬여서 어쩌다 재입사 후 내가 상사가 되는 불상사에도 (라임 미쳤고) 잘 버텨준 내 친구.
우리가 친구일 때도 그리고 상하관계가 되어도 한결같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레이철의 밝은 에너지와 유쾌함 때문일 것이다.
퇴사합의서에 함께 사인하고 퇴근하는 길.
어둡고 무거울 뻔했던 그날의 무드를 이제 친구로 돌아왔으니 맘 놓고 반말하겠다고 가볍게 뭉개버렸던 내 친구. 너 때문에 웃으면서 일할 수 있었다. 많이 고마워.
소피, 차도녀 코스프레하는 여린 내 친구
뉴욕에서 근무한 경력 때문인지 차도녀 이미지가 강했다.
영어도 잘하고 일본어 중국어도 잘한다고 했다. (부산말을 제일 잘하더라.) 게다가, 그녀가 하루도 안 빼놓고 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아이라인과 운동이다. 자기 관리에 이렇게 철저한 소피는 틈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조직변경으로 인해 내가 그녀의 팀장이 되면서 알게 된 그녀의 허당미와 유약미는 이미지 세탁을 하기에 충분했다.
어딘가에서 흔들어 재끼고 (하루도 안 빼고 하는 방송댄스) 있을 소피야, 운동 작작하고 탄수화물 먹자.
체리, 너와의 질긴 인연 포에버
이 회사 사원시절 스치듯 안녕하고, 이직한 회사에서 잠시 근무하다 그 회사 망하고, 여기 재입사해서 또 만났다. 그리고 또 이번에도 같이 퇴사한다.
커리어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체리와는 끈끈한 전우애 같은 게 있다.
체리는 눈물이 많아서 일시킬때마다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이제 안다. 한바탕 울고 나면 잘한다.
그래서 일 시키고 나서 울었나 안 울었나 눈부터 살폈었다.
그런 체리는 퇴사합의서 사인하는 날 눈두덩이가 퉁퉁 부어서 왔다.
체리야 울고 나니 좀 괜찮지? 우리 다 잘될 거야.
테스, 삼십 대 후반이지만 막내입니다.
육아휴직 다녀와 보니 동생들 다 나가고 막내가 되어버렸다. 나이 많은 언니들하고 일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한마디 불평도 안 하고 시킨 일마다 완벽하고 빠르게 해냈다.
조용한 성격인데 발은 왜 그렇게 넓은지 회사직원 대부분과 친분이 있었고 심지어 퇴사자들 소식이 궁금할 때 물어보면 그녀는 다 알고 있다.
정이 많고 따뜻한 우리 테스.
테스는 나중에 정치하면 잘할 거야. 난 널 영원히 지지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2탄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
나의 전/현재 보스님들께도 할 말이 많은데.
잘린 마당에 뵈는 게 없어서... 수위를 지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