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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Jun 26. 2024

조폭의 최후

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필리핀 이민국에서 추방을 결정한 외국인은 비쿠탄이라고 불리는 외국인 수용소에서 추방되기 전까지 

대기하면서 생활을 해야 한다. 

이곳은 일반 교도소와는 달라서 수용자들이 좀 자유롭게 생활을 한다.


담배도 피우고 추가로 돈을 내면 에어컨이 있는 방에서 생활을 하기도 하고 휴대폰과 와이파이도 사용한다.

한국인 수감자들끼리 같이 밥을 해 먹기도 하고 외부에서 음식을 배달시키기도 한다


돈이 없으면 생활은 불편해지기 때문에 개중에 범털 수감자 옆에서 시중을 들면서 밥도 좀 얻어먹고 

담배도 얻어 피우고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수감자들은 심지어 그 안에서 마약을 팔거나 보이스피싱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매점 같은 걸 차려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비쿠탄을 자주 방문하여 여행증명서 

발급도 하고 응급 환자가 생기면 이민청에 서한을 보내서 치료를 부탁하기도 한다.


이민청 직원이 한국인 수감자 중에 건강상태가 염려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어디가 안 좋냐고 물어보니 

고환이 부어서 크기가 축구공 만하다는 것이다. 

믿기 힘들었던 나는 직접 방문하여 확인을 했는데 사실이었다. 

고환이 엄청나게 부풀어 올라서 아예 속옷이나 바지를 입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당뇨 합병증이라고 한다. 웬만한 병으로는 눈도 깜짝 안 하는 이민청 직원들에게도 심각해 보였는지 

수용소 내의 의료시설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니 외부 병원에 입원을 시켜야 한다는데 동의를 하여 

국립병원인 PGH에 입원을 시키게 되었다. 이곳은 병원비는 무료이다. 


그는 입원 후에 몸 상태가 조금 나아졌는지 심심하다며 휴대폰 공기계 하나 갖다 달라고 요청하여 

없다고 하니 아무거나 갖다 달라고 하여 책  2권을 들고 그의 병실을 찾아갔다.


조폭 출신이라는 그는 체격은 작지만 몸이 탄탄했고 이레즈미 문신이 온몸에 가득했다. 

비쿠탄 안에서도 족보 있는 건달출신인 본인은 돈이 없어도 대우를 받는다고 했다. 


내가 가져온 책을 보더니 '책 읽기 싫어서 건달이 되었는데 지금 약 올리는 거냐'며 화를 냈고 

병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겠다고 우겨서 안된다고 하니 소리를 지르며 의자를 던졌다. 

소란이 일어나자 근처 병실의 환자 가족들과 간호사들이 왔고 병원규칙 위반이라고 퇴원조치를 요구받았지만 빌다시피 하여 치료를 마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며칠 후에 치료를 받고 비쿠탄으로 돌아간 그는 입원과 퇴원을 몇 번 반복하다가 

그다음 해에 수용소 안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조폭의 마지막은 대부분 이렇게 초라하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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