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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Jul 03. 2024

마카오에서 온 남자

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한국인이 신고 없이 거액의 현금을 들고 출국하려다 마닐라 공항세관에 적발되어 세관을 방문했다. 

경찰서나 수감기관은 수도 없이 가봤지만 세관 유치장은 처음이었다.


이 남자는 무려 8억 원 가까운 미 달러와 홍콩 달러, 필리핀 페소를 짐 안에 넣고 항공기에 탑승하려고 했다.

일반 관광객이라는 이 남자는 돈의 출처를 물어보니 마카오 카지노에서 딴 돈이란다. 

필리핀 페소는 마닐라 카지노에서 땄다는데 재주도 용하다고 했더니 웃는다.


홍콩을 거쳐서 마닐라로 들어왔는데 그때는 안 걸렸기에 이번에도 문제가 없을 걸로 생각했다는데

세관에서 보여주는 증거사진을 보면 짐 안에 꼭꼭 숨겼음을 알 수 있다.


필리핀 입출국 시 페소화는 5만 페소, 미화는 1만 불까지만 신고 없이 소지가 가능한데 이를 어길 시 

처벌 자체는 무겁지 않지만 미신고액 전액을 증거로 압수하고 조사를 시작하기에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순수 관광객임을 주장하던 이 남자는 카지노 관련업자로 밝혀졌고 압수된 돈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소송을 걸어 받아낸다고 하는데 변호사가 성공 수수료 명목으로 30%를 부른다고 하니 

성공해도 전액을 다 돌려받기 어려울 것이다.


수많은 환전업체들이 코로나 여파와 보이스피싱의 기승으로 문을 닫으면서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카지노 업자들은 손대손 방식으로 불법환전을 한다. 


예전에는 카지노 네트워크를 통해 여기에 맡기고 저기서 찾는 방법으로 돈세탁이 가능했는데 

필리핀이 자금세탁 고위험 국가로 지정되고는 정부에서 모니터링이 강화되니 위험을 무릅쓰고 

저런 식으로 현금을 옮기는 것이다. 


이 남자는 면회 때 국익을 위해서 돈을 찾아야지 않겠냐는 해괴한 논리를 펴던데 

이런 걸 성공하길 바라는 게 맞는 건지 당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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