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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Jun 19. 2024

판사와 싸운 이야기

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한국 관광객이 입국 도중에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되어 영사 조력을 요청하여 그를 만났다.

생년월일이 다른 동명이인의 범죄 때문에 법원에서 몇 년 전에 체포 영장이 나와 있었고 

그 관광객은 필리핀을 매년 두어 번씩 방문했음에도 이번에 체포된 것이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사관에서는 그의 생년월일이 다름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했고 출입국 기록 또한 법원에 제출하였으나 

담당 판사가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아서 1달 가까이 억류된 상태였다. 

필리핀 이민국에서 발급한 동명이인(Not The Same Person) 증명서조차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히 그는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었고 즉시 변호인을 선임하고 보석을 신청해서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변호사가 법정에 나와 달라고 부탁하여 공판에 참석했다. 

변호사에 따르면 판사는 성격이 괴팍하고 외국인을 안 좋아한다는 평판도 있는 판사라고 한다.


판사는 나에게 대사관에서 신원 확인을 했냐고 물어봤고 확실하다고 대답했다. 

출입국 기록도 제출하여 동명이인의 사건이 있었을 시점에 그가 한국에 있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당장 판사에게서 즉시 석방 명령이 나올 것을 기대했는데 다음 재판기일을 알려주고 

공판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길래 나는 즉시 항의 하였다. 


"존경하는 판사님, 확인하고 서류까지 다 제출을 했는데 왜 법정에서 인정을 안 하는가?"


판사는 나를 노려보더니 불같이 화를 내면서 

'물어본 질문에만 대답을 하지 왜 자기의 허락 없이 발언을 하냐'라고 

법정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고함을 질러댔다. 


나는 거의 끌려 나오듯이 법정을 나오게 되었고 다음 공판에서야 그는 석방되었는데 

나중에 판결문을 입수해서 읽어 보니 대사관에서 제출한 서류 때문이 아니라 

이름의 철자 사이에 공백이 있어서 같은 이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란다. 


변호인과 대사관이 나서서 도와도 이따위로 재판이 진행된다. 기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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