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해외안전팀 사건수첩
필리핀에는 꽤 많은 종류의 경찰이 있는데 우선 PNP라는 진짜 필리핀 국립경찰이 있고
NBI라는 법무부 산하 국가수사국도 경찰 역할을 하고 있으며 PDEA라는 마약단속국도 있고
바랑가이라고 우리로 치면 동사무소 같은 곳에도 동네 방범경찰이 있다.
각 지자체마다 교통경찰도 있고 마닐라에는 MMDA라는 기관도 유니폼을 입고 교통단속을 한다.
많이 보이는 흰색 상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경찰이 아니라 가드라고 불리는 사설 경비원들이다.
필리핀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은행이나 슈퍼마켓만 가도 권총을 차고 있는 이 경비원들을 보고
경찰이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청록색 유니폼을 입은 경찰이 PNP라는 국립경찰이고 유니폼 색깔이 다르면 경찰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필리핀에서 교통경찰은 악어라는 뜻의 부아야 buaya라고 불리는데 교통 흐름을 돕고 원활하게 하는 일보다 으슥한 곳에 숨어 단속을 하면서 돈을 뜯어내는 것에 더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서 악명이 높다.
필자도 운전을 하다 종종 단속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실수를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하면 그냥 보내주는 경우도 있었고. 잘못한 게 없다고 항의하니 벌금 딱지를 발부하고 운전면허증을 압수당한 적도 있었고
우리 돈 오천 원 정도를 받고 보내주는 경찰도 있었다.
웃픈 것은 차량에 외교관용 번호판을 달고 다니면서부터 단속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새로 부임한 외교관들도 만약 경찰에게 단속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필자에게 묻는 경우도 있는데
교통위반을 하지 말고 만약에 위반을 했으면 신분을 밝히고 잘 몰라서 발생한 실수이니
다음부터는 주의하겠다고 하라고 조언한다.
필리핀에는 사과에 인색한 문화가 있어서 실수를 인정하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면
의외로 담당 공무원의 재량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필리핀 경찰은 부패하여 돈만 주면 다 해결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연히 항상 그렇지는 않다.
부패한 공무원들의 비율이 높을 수는 있지만 전부 다라고 호도할 수는 없는 게
매뉴얼대로 일을 하는 상식적인 공무원들도 많다.
최근에는 우리로 치면 경범죄에 해당하는 unjust vexation으로 현장에서 체포되는
우리 국민들도 자주 보이는데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 노상방뇨, 경찰관 지시 불이행으로
체포 후 기소까지 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경범죄라 정식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벌금이나 보석으로 풀려나는 데,
느린 행정처리 때문에 일주일이 넘게 경찰서 유치장에서 보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야방 yabang이라고 잘난 체하고 남들을 무시하고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요새는 외국인이라도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사과하지 않으면 봐주지 않는 추세이다.
노상방뇨로 체포가 되었는데 단속 경찰관에게 욕하고 물리적으로 저항하다가 체포된 경우가 있었는데
만약에 미국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경고 후에 발포가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니 술이 깬 후에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은 맞네요"라고 인정하기도 한다.
우리가 동남아 국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과연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지 한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