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해외안전팀 사건수첩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는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여행객들이 짐가방을 비닐랩으로 돌돌 감아서 다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항 안에 유료로 짐에 랩을 감아주는 곳도 있다.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면 가방에 뭘 넣고 빼고 가 안되니 무척 불편한 것인데도
그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타님 발라 tanim-bala 혹은 락락 발라 laglag-bala라고 하는
총알셋업 사건이 한동안 니노이 아키노 공항 안에서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타갈로그어로 bala는 총알, tanim은 심다, laglag은 떨어뜨린다 라는 뜻이다.
공항 내 보안검색대를 관리하는 용역직원이 cctv 사각지대에서
총알을 여행객의 짐 안에 슬쩍 넣어두면 보안요원이 와서
'가방에서 총알이 발견되어서 체포 및 구금되고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하지만 벌금을 내면 보내주겠다'라는 식으로 협박을 하는 범죄인데
사실 공항 검색대는 예전부터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공항 출국층에 들어가자마자 게이트 마다 1차 검색대가 있는데
전에는 직원들이 이용객 가방에서 뭘 훔치는 식이었는데 이젠 뭘 넣어서 셋업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일을 벌였으나 이게 워낙 잘 통하니
자국민에게도 셋업을 마구 걸기 시작했다.
실제로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항변하다가 실제로 체포 및 구금되는 사람도 생겼다.
필리핀은 OFW라고 외국에 가서 일하는 근로자가 송금한 돈으로
경제를 지탱하는 나라이고 이 근로자들은 귀국할 때 가족,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고향을 방문하면 온 가족이 모여 환영하는 문화가 있는 나라라서 어느 집안에나 OFW가 있는데
공항에서 이런 일을 당하니 정말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결국 민원이 폭증하고 언론에 보도가 되고 공항의 담당 공무원들은 상납을 받으니 알고도 모른 체하다가
해외에서도 크게 보도되어 국제적으로 나라망신을 당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필리핀을 찾는 관광객의 수가 줄고 짐가방에 비닐랩을 두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당시에 아키노 대통령 임기 말기였는데 자기 아버지 이름을 딴 공항에서 생긴 일을
아들이 결국 해결하지 못했고 이어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했는데
본인도 고향 다바오를 비행기로 거의 매주 방문하는 사람이라 이걸 모를 리 없었고
공항 내 담당 공무원들의 대량 해고 및 시스템 보완과 두테르테 식 협박이 먹혀서
그런 일이 근절되는 추세이긴 했으나 워낙 그때의 충격이 커서
거의 10년이 지났는데도 마닐라 공항에선 아직도 저런 걸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