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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ganicmum Apr 16. 2024

[심플라이프] #09 가족과 함께하는 미니멀라이프

-가족이 공존하는 공간만들기

가족과 함께하는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면 함께 사는 가족들의 의견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맥시멀한 남편이 있다면 그 취향 또한 존중하고 공간을 나누어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이에게도 아이의 공간이 필요하고 엄마에게도 엄마의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을 나누지 않고 무조건 미니멀을 주장하면 가족들의 불만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주방은 주로 엄마가 사용하는 공간이니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방 이외의 공간, 거실, 화장실, 방들은 모두가 이것저것 물건을 쌓기 시작한다.


권력관계를 알 수 있는 공간


똑똑한 정리의 정희숙대표는 수천 가구의 집을 정리한 정리전문가로 활동한다. 그녀가 방송에서 했던 말 중에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는데, 고객들의 집에 가 보면 누가 그 집에서 힘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사람이 그 집에서 힘이 있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옷이 많은 엄마의 드레스룸과 소박한 아빠의 옷장은 엄마가 힘이 있는 집이다.

좁은 집에 비해 아빠의 서재 공간이 넓어서 다른 가족이 불편하다면 아빠에게 힘이 있는 것이고 아이들의 공간이 여기저기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은 아이들이 힘이 있는 집이다.


집은 상황에 맞게, 가족 구성원에 맞게, 적절하게 공간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집이 너무 많다.


집을 정리할 때 공간을 먼저 구분 짓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공간을 먼저 구분 짓고 나서 그곳에 알맞은 물건을 넣어야 한다.

물건이 공간에 넘쳐나면 물건을 줄여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 둘 있는 집이 그렇듯 우리 집도 육아용품으로 넘쳐나는 시기가 있었다.

아이들의 물건으로 집이 가득했을 때 남편은 집에서 편하게 쉴 공간이 없었다.

남편은 사무실에서 주로 일을 해서 편안하게 잠을 잘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집을 정리하고 나니 집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나 역시 시간이 나면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가져가서 필요한 작업들을 했었다.

집을 정리하고 나서는 집 한편에 내 공간이 생겼고 그곳에서 주로 책을 보고 일을 한다.



맥시멀한 아이들


아이가 거실에 장난감을 늘어뜨리는 것이 심해지자 내가 아이에게 물었다.


"거실 정리는 누가 하지?"


"엄마"


"그럼, 거실은 모두의 공간이지만 엄마가 관리하는 공간이니 엄마의 의견을 따라주었으면 좋겠어. 장난감은 자기 방에 두기로 하자."


아이방을 청소해 주기는 하지만 정리는 스스로 하도록 한다.

정리가 서툴기 때문에 선반과 정리바구니를 주고 같은 종류끼리 넣어두도록 알려주었다.

청소할 때 방바닥에 장난감이 널브러져 있으면 에코백에 담아서 나중에 종류별로 바구니에 넣으라고 한다.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 자신의 물건을 관리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기에 되도록 아이 장난감은 대신 정리해 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물욕이 많다.

말만 하면 장난감이 생기는 줄 아는 아이도 있고 떼쓰면 장난감이 생기는 줄 아는 아이도 있다.

쉽게 장난감을 가지는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도 쉽게 가지게 되고 집은 아이들 장난감으로 넘쳐난다.

엄마도 맥시멀한 성향이면 맥시멀한 아이의 장난감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겠지만 미니멀을 추구하는 엄마에게 맥시멀한 장난감은 꽤 스트레스가 된다.



'넘치지 않는 바구니' 규칙


우리 집에서는 장난감이 정해진 바구니에 넘치기 시작하면 바구니 안에 있는 장난감을 모두 꺼내어서 아이에게 꼭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먼저 바구니에 넣으라고 한다.

아이에게 비울 장난감을 고르라고 하면 못 고르기 때문에 가장 소중한 장난감을 먼저 담으라고 한다.


넘쳐나는 장난감들 속에서는 자신의 장난감을 찾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해 봤기에 아이가 '넘치지 않는 바구니' 규칙에 동의했다.


물건을 소유하려면 그 물건을 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었다.

둘 곳이 없는 물건은 우리 집에 넘치는 물건이라 둘 수가 없다는 것도 아이가 이해했다.

이해는 하지만 아이들은 새로운 장난감을 보면 갖고 싶어서 발을 동동거린다.


때로는 아이가 장난감을 사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엄마가 인터넷쇼핑을 하는 것을 보고선 자기 장난감도 인터넷에서 찾아달라고 한다.


하루는 아이와 함께 쇼핑몰에서 찾아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신나게 여러 개의 장난감을 담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에 물어보았다.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았던 장난감 기억해?"


내가 물어보니 아이는 그제야 생각이 난 듯했다.


"그 장난감을 사려면 둘 자리를 먼저 마련해야 하는데 우리 집에는 다른 장난감으로 꽉 차서 둘 자리가 없어. 집에 있는 장난감을 비우고 둘 자리가 생기면 그때 용돈으로 사도 좋아."


 아이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필요 없는 것 같다고 안 사겠다고 했다.


그 장난감을 사기 위해 지금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비우고 싶지는 않고 힘들게 모은 용돈을 허투루쓰고 싶지도 않은 듯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쇼핑몰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이미 쇼핑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서 충동성이 없어진 뒤였다.


아이는 그렇게 사 달라고 조르다가 이젠 필요 없다고 말하는 자신이 멋쩍었는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어른도 아이도 충동적으로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는 '넘치지 않는 바구니 규칙'을 만들어서 슬기로운 소비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버리지 못하는 남편


나도 물건을 꽤 오래 사용하는 편이지만 남편 역시 물건을 꽤 오래 사용하는 편이다.

나보다는 맥시멀한 남편은 물건을 나보다는 잘 사는 편이고 여러 가지 장비를 잘 갖추고 살아가는 편인데 문제는 한번 사면 사용하지 않아도 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쇼핑을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세월이 10년쯤 지나다 보니 집안 곳곳에 남편 물건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버리라고 해도 언젠가는 쓸 거라는 식상한 멘트로 끝이 났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내렸는데..

남편 물건은 모두 남편 사무실 책상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화분 하나도 짐이 되어서 되도록 장식품을 두지 않는데 남편이 어디선가 화분을 받아 온 적이 있다. 예뻐서 키우긴 했지만 도저히 우리 집에서는 둘 공간이 나지 않아서 당근에 무료 나눔 하겠다고 하니 남편이 반대했다. 그래서 화분도 사무실로 가져가라고 했다.




TV 없는 거실


가족이 성향이 맞아야지 미니멀라이프가 유지되는데 특히 남편과의 성향이 잘 맞아야 한다.  

예전에 친구가 남편이 마사지의자를 계약하고 와서 엄청나게 화가 났다고 했다. 거실에 떡 하니 있는 마사지의자를 볼 때마다 화가 나는데 남편은 집에 와서 마사지 의자에 앉아서 TV 보는 게 인생 낙이라고 한다.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이 마사지의자에 앉아있는데 잔소리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예뻐 보이지도 않는다는 게 친구의 심정이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TV 없는 거실을 꿈꾸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집에서는 쉽지 않다.

어르신들이 있는 집에는 대부분 TV가 켜져 있는 것 같다.

나는 TV가 있으면 책을 덜 읽게 되고 멍하게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게 싫어서 신혼 때 집에 TV를 두지 않았다. 지인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TV 없는 휑한 거실을 보고 살림살이가 별로 없다며 측은하게 여기시며 집에 있는 TV를 하나 주시겠다고 했다. 그때는 한국에서 미니멀라이프라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아서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그냥 정중하게 거절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은 TV를 받아오고 싶어 했지만 내가 너무 완강하게 반대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빔프로젝트로 영화를 본다.

아이들도 우리 집에 TV가 없는 게 가끔 불만이긴 하지만 주말에는 빔으로 영화를 보여주니 만족하며 그럭저럭 지내는 것 같다.




작은 냉장고


TV만큼이나 남편의 불만을 샀던 가전이 있는데 그건 바로 냉장고이다.

나는 큰 냉장고를 한번 사용해 보고는 다시는 큰 냉장고를 사용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집의 크기에 비해 냉장고가 너무 커서 답답해 보였고 냉장고가 크다 보면 물건을 많이 사서 채우게 되고 결국 못 먹고 버리게 되는 음식이 많다.

친정어머니는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말린 생선, 얼린 생선, 냉동 나물재료 등을 가지고 오셨는데 생선요리를 잘하지 않는 나는 늘 엄마에게 집에 가져오지 말라고 하고 엄마는 그냥 냉장고에 넣어두라고 하셨다. 그냥 냉장고에 넣어 둔 음식들은 이사할 때 모두 다 버렸다.

습관적으로 냉장고를 채우는 어른들처럼 우리 세대에서도 습관적으로 냉장고를 채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남편은 작은 냉장고를 열어보면서 식재료가 없어서 요리를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내가 요리를 해서 밥상을 차렸다.

우린 작은 냉장고로 굶어 죽지 않는다.


작은 냉장고에 대해서는 여기에 따로 자세하게 써 놨다.

작은 냉장고가 더 풍성하다 (brunch.co.kr)




우리에게 침대는 필요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침대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가구이다.

어릴 때는 침대 없이 살았고 외국에서는 쭉 10년 넘게 침대생활을 했다.


좋은 침대는 꽤 고가이고 저가형 침대는 잘못사면 오히려 허리가 더 아프다.


작은 집에서 문제는 침대이다.

잠자는 기능 밖에 없는 큰 침대를 안방에 두면 다른 것을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침대를 두지 않았는데 남편은 늘 침대이야기를 했다.


안방에는 침대가 있는 게 정석이라는 것이다.

나는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했다.

우리가 캠핑을 가면 침대 없이 텐트에서 잘 자는데 왜 집 안방에는 침대가 있어야 하는지?

나는 어릴 때 침대 없이 잘 잤는데 왜 꼭 침대가 있어야 하는지?


입씨름을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이기지만 굴복하지 않는 남편.

지금 살고 있는 작은 집 안방에는 침대를 둘 공간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심 아쉬웠나 보다.


이사할 때 큰맘 먹고 매트리스를 안방에 넣어주었다.

그랬더니 남편은 빙그레 웃으며 하는 말이 왜 프레임은 안 넣어주냐는 것이다.

애들이 어려서 침대에서 낙상하면 안 된다는 게 나의 주장이었다.


프레임 없는 매트리스가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침대얘기는 하지 않는다. 더 이야기했다가는 있는 매트리스마저 치워버릴까 봐 말을 아끼는 듯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나와 맥시멀리즘을 추구하는 남편의 성향은 비슷하면서 다른 부분이 있다. 결국 집 청소를 가장 많이 하는 내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남편과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절충하려 노력한다.


"나의 결정권이 싫으면 모두 청소권을 가져가시오!"


이 말 한마디면 모두 인정한다.


권리와 의무는 항상 함께 따라가는 것이다.

주장하는 사람이 결국 더 많이 희생하게 되어있다.

지금은 내가 가장 많이 청소하고 살림을 정돈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미니멀라이프는 설득과 이해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젠 가족들이 함께 생각한다.

"우리에게 꼭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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