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을 걷다(1)

식물생태학자의 시선

by 초록노동자


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거문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어요. 제주에는 총 368개 오름이 있는데요. 거문오름에 오르면 이중 약 120여 개의 오름을 볼 수 있다고 해요. 2005년 천연기념물 제444호로 지정되었고,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어요. 오름 중에서는 유일하게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정해진 시간에 미리 예약을 해야 출입할 수 있고요. 해설사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그동안 예약이 어려워 못 가다가, 이제야 다녀왔습니다.



11시, 예약했던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해설사의 소개로 탐방을 시작합니다. 시작하는 지점은 어둑어둑. 빽빽한 삼나무림이 반겨줍니다. 지난밤 비가 많이 내리고 갠 뒤 후라서 숲의 공기는 상쾌합니다. 왼쪽은 원래의 자연생태계로 되돌리려는 생태복원 사업을 해서 삼나무를 솎아내 빛이 많이 들어왔고요. 오른쪽은 아직 솎아내지 않아 빽빽하게 들어찬 삼나무로 어둑어둑했습니다.



생태복원 사업을 한 숲(왼쪽)과 하지 않은 숲(오른쪽)



저는 자연생태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해요. 환경에 맞지 않는 수종을 심거나, 자꾸 인간이 간섭해서 가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어차피 자연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강하거든요. 훼손된 자연을 복원할 때에도 그 환경에 적합한 수종을 선정하고 식재해서 자연생태계가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거문오름의 삼나무는 2029년까지 10만 그루의 삼나무를 베어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심어서 살아가고 있는 나무를, 자연생태계에서 다른 수종과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개입해서 베어버리는 것이 적절한 걸까요? 조금 더 생각해 봅니다.



거문오름의 삼나무는 언제 심었을까요? 1970~1980년대에 인공녹화 정책으로 심은 것으로 보여요. 삼나무를 다 베어낸 곳의 그루터기를 살펴보았습니다. 나이테를 읽어보니 약 50년생으로 보입니다. 삼나무의 수명이 평균 500년 이상이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도입종이지만, 일본에서는 자생종이에요. 일본 자생지에서는 1,000년 이상인 삼나무도 많다고 합니다. 500년이라... 자연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을 바라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전문가들이 왜 베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나이테의 간격은 나무가 살았던 환경을 반영합니다. 환경이 좋았을 때는 간격이 넓고(잘 자랐고), 환경이 좋지 않았을 때는 간격이 좁아요(잘 못 자랐어요). 나이테 간격이 좁은 것은 생육 환경이 좋지 않았거나(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함 등) 경쟁 수종이 있어 빛이나 영양분을 온전히 차지하지 못했었다고 추측해요. 구체적 원인은 이 지역의 과거 강수량이나 함께 살았던 수목의 밀도 등을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어요.





삼나무를 베어낸 지역의 옆에 있는 온전한 자연림으로 스스로 회복되려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베어낸 후 토양이 교란된 곳도 많이 보여서, 빠른 회복을 위해 복원 목표가 되는 숲을 설정하고 그 숲과 비슷한 수종을 선정하여 회복을 도와줘야 할 것 같아요. 456m의 정상부를 찍고 내려오면 온전한 자연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림 탐방기는 다음 화에서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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