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좋다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3D 직업이지만

by 초록노동자


생태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20년 차 식물연구원이 보는 환경, 자연, 숲, 식물에 대한 시선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도로변의 내 키만 한 붉나무와 칡덩굴을 헤치고 숲으로 갔다.

긴 옷을 입었지만, 팔다리가 따가웠다.

풀독이 올라 며칠 밤을 가려움에 고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좋다.


길 없는 산길을 헤치며 다녔다.

집에 돌아와 씻으려고 보니 배꼽 옆에 진드기가 머리를 박고 있었다.

물린 자국은 2주 넘게 간지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좋다.


돌이 쌓인 전석지를 올라갔다.

내 앞에 가던 사람이 밀어낸 돌이 굴러 떨어졌다.

정강이 한가운데에 맞아 심하게 멍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좋다.


30도가 넘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를 누볐다.

온몸이 땀범벅이고, 흘러넘친 땀이 눈 속으로 들어가 따가웠다.

텁텁한 공기에 숨 쉬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좋다.


눈 쌓인 높은 산의 산길을 걸었다.

구상나무의 삶을 관찰해야 했다.

내 허리만큼 눈이 쌓였는데도 밀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좋다.


습지에 사는 작은 풀들을 관찰하기 위해 앉았다.

보이지 않았는데 땅벌집이 있었나 보다.

위협받은 벌들이 허벅지와 엉덩이에

무자비하게 침을 쏴서 병원에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좋다.


계곡이나 습지를 걸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발을 내디디려고 공중에 올리는 순간

눈앞에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이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순간 뱀의 눈치를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좋다.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꺼이 자연으로 간다.

식물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 즐거워서.

내가 하는 연구로 자연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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