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일터는 산입니다
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팀에서는 생태통로 연구를 하고 있어요. 도로나 철도로 단절된 생태계에 생태통로를 설치하여 양쪽의 온전한 산림을 연결하고, 동물들이 잘 지나다니는지, 식물 복원은 잘 되었는지 그 효과를 분석합니다. 전공이 식물인 저는 생태통로의 식물들과 주변의 온전한 산림생태계의 식물들의 구성이 얼마나 비슷해졌는지 현장 조사하여 분석한 후 정책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천안에 곧 생길 생태통로의 주변 산림생태계를 조사하러 다녀왔어요. 이미 8차선 도로로 단절된 양쪽의 산림을 연결하게 되는데요. 도로 옆의 양쪽 사면은 교란지역에 자주 나타나는 붉나무(옻나무과 붉나무)와 칡(콩과 칡속)이 제 키 높이로 뒤덮여 있었어요. 조사지역인 온전한 산림의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그곳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어요. 인간 없는 세상은 이렇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수없이 많은 풀숲을 헤치며 조사를 다녔어요. 덩굴식물로 뒤덮인 곳, 줄기에 가시가 있는 식물로 뒤덮인 곳, 끈끈하거나 갈고리가 있어 바지에 잔뜩 달라붙는 열매를 가진 식물로 뒤덮인 곳. 온갖 유형의 풀숲을 다 지나가봤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게 웬일일까요. 다녀와서 풀독이 올랐어요. 현장 조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간지럽기 시작했고, 저녁때 다리를 중심으로 두드러기가 확 퍼졌습니다.
잠자기 전 약을 바르고 잤지만 새벽녘에 간지러움이 심해져 일찍 깼어요. 약국에서 산 두드러기 약은 먹었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어요. 하루 종일 극심한 간지러움을 참았고, 참다가 못 참으면 조금 긁었어요. 그러다가 도저히 못 참겠으면 박박 긁었는데, 곧 더 심하게 가려웠어요. 피가 났고 이어서 진물이 났습니다. 참아야 했는데, 저의 인내심은 딱 그 정도였어요. 미련스럽게도 병원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풀독이 오른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선홍색의 빨갛던 두드러기는 탁한 빨간색으로 가라앉았어요. 안 긁은 게 없기에 딱지가 앉았습니다. 이렇게 올해의 마지막 현장 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길이 없는 곳을 걸어 올라가서 식물 조사를 하고 다시 내려오는 생활. 위험하고(Dangerous), 어렵고(Difficult), 더러운(Dirty) 직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기에... 계속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