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특강을 마치고 든 생각들
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20년 차 식물연구원이 보는 환경, 자연, 식물에 대한 시선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기관의 미션은 "자연생태계 보전과 생태 가치 확산"이고, 비전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국가 자연생태 플랫폼"이다. 몇 년 전, 김미경 강사님의 강의를 듣고 미션과 비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후 우리 기관의 미션과 비전이 눈에 들어왔다. 그전까지는 알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기억하지 않았었다.
미션과 비전을 생각하면서 일했을 때, 사명감이 생기고 판단이 쉬워졌다. 외부에서 갑작스럽게 요청받은 일이 생기면, 이게 우리 기관의 미션과 비전에 맞는가를 먼저 고민했다. 그리고 맞지 않는 일들은 과감하게 거절했다. 특히 개발과 보전의 가치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할 때 미션과 비전이 아주 유용했다. 내가 하는 판단이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인가, 그렇다면 힘들어도 했다. 부서가 바뀌어서 보호지역 업무를 할 때는 마음이 편안했다. 고민할 것 없이, 내가 하는 업무가 모두 '자연생태계 보전'이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 어떤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검토 업무를 할 때였다. 보호지역에서 개발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각각 보전과 개발을 주장하며 한 치 양보도 없는 심각한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보호지역인데도 10명 중 9명은 개발하길 원하는데, 이럴 때 우리라도 자연의 얘기를 대신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중요한 순간마다 이 말씀이 떠오른다. 나의 역할은 데이터를 가지고 말이 없는 자연을 대신해서 말해주는 것이다.
외부 강의를 할 때 자기소개 멘트도 바뀌었다. "안녕하세요, 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라고 인사하면서 강의를 시작한다. 이 인사말은 말할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말하면서 한 번 더 깊이 되새긴다. 강의 자료도 물론 미션과 비전에 부합하도록, 사람들이 잘 모르던 생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운다. 내 강의를 듣고 끄덕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이다. 이렇게 느리지만, 천천히 세상을 바꾸어나간다.
작년까지는 외부에서 강의 요청이 있을 때, 많이 거절했었다. 아직 부족하고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했고, 때로는 강의 준비하는 게 귀찮고 힘들었다. 올해는 생태 연구를 시작 한 지 20년이 되는 해였다. 이제는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을 나눠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생태 가치 확산'이라는 미션에 맞춰, 요청하는 강의를 모두 수락하여 소화하며 다른 해보다 조금은 더 바쁘게 보낸 한 해였다. 연구"만" 하는 것이 내 역할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는 인간이 불편함을 조금 감수해야 한다. 더 편하게 살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그 욕망은 끝없는 개발로 이어진다. 자연은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든 말이 없다. 그렇기에 자연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모두가 개발을 향해 전력 질주하며 달려갈 때, 잠시 멈추게 하고 생각을 전환시켜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20년 동안의 생태 공부와 연구 경험으로, 자연을 보전하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조용히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