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식물이란

이십 년 차의 식물연구원에게 식물이란

by 초록노동자


이주 전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이 물음이 떠올랐어요. 지난 이십 년 동안 제 삶에서 비중 있는 주제였는데도 불구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보진 않았었는데요. 문득 이 물음에 대해 한 줄로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나에게 식물이란,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



죽은 나무의 껍질 안쪽으로 들어가 싹 틔우고 자라는 식물



제 인생의 반을 식물과 함께 했어요. 남편과 아이와 함께 산 세월보다, 식물과 함께한 세월이 더 길어요. 식물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논문 쓰고, 발표하고, 연구한 것을 환경정책에 적용하고…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식물들을, 식물과 함께 사는 동물들을, 동식물이 살고 있는 서식지를 조금이라도 보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얼마 전 기질 검사를 했는데, 저는 자유와 즐거움의 욕구가 높다고 하더군요. 평소에 스스로를 잘 관찰했다면 금방 알 수 있었던 기질인데요. 그런 시간 없이 지내다 보니, 뒤늦게 깨달은 내면의 욕구에 무릎을 탁 칩니다. 식물 연구를 하며 즐거웠던 이유가, 자유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저의 기질에 딱 맞았어요. 식물 조사를 위해 길 없는 산을 헤매고, 관찰하고 기록하며 알아간다는 것이 즐거웠어요.



다시 그런 삶을 꿈꿉니다. 나를 살아있게 하는 식물 연구에 몰입하는 시간을 기대합니다.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겠어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다짐을 하며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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