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호텔의 잔디밭에서는
소가 풀을 뜯는다

식물연구원의 몽골 소도시 방문기

by 초록노동자


몽골에서의 세 번째 아침. 저는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세 시간 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도시인 준카라에 있습니다. 암막 커튼을 안 치고 잤더니, 눈부신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졌어요. 알람 맞춰 놓은 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일찍. 가만히 눈을 뜨니 소가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음? 부스스 일어나 창문 밖을 내다보니, 호텔 마당의 조경용으로 심어놓은 잔디밭에서 소 한 마리가 평온하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몽골은 참 신기한 나라입니다. 총인구수 보다 가축의 수가 약 18배 더 많아요. 몽골의 총인구수는 351만 7,100명이고, 가축 수는 2023년 기준으로 6,470만 마리라고 합니다. 월드뉴스에도 기사화되는 것을 보니, 몽골의 가축 수는 세계적으로도 관심사항인가 봅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몽골에서는 넓은 초원에서, 호텔 앞마당에서, 도로에서, 여기저기에서 소, 말, 양, 염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IMG_0467.JPG 차가 지나가도 잘 비켜주지 않아요^^; 로드킬 할까 봐 혼자서 조마조마...


아름다운 구름과 맑은 하늘이 있는 드넓은 초원에서 여러 마리의 소가 풀을 뜯는 장면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윈도우 바탕화면과 같은 풍경입니다. 하지만 이런 멋진 풍경 뒤에 숨어있는 두려운 진실이 있습니다.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지요. 가축들은 초원에서 자라는 거의 모든 식물의 뿌리 가까이까지 있는 잎을 뜯어먹습니다. 조금 자랄 만하면 모조리 뜯어먹어서, 펜스를 치지 않으면 초지가 초토화됩니다.


초지가 초토화되면 사막화가 진행됩니다. 몽골은 전체 면적의 약 40%가 사막이라고 합니다(국립문화유산연구원 홈페이지). 몽골의 사막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에서는 몽골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협약을 맺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 중의 하나로 제가 소속된 기관에서는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해 현지에서 다양한 조사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일부터 5일까지 몽골의 준카라 지역에서 식물 조사를 했습니다. 영구 동토층으로 생긴 구조토라는 지형에서, 식물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구조토를 조사했어요. 구조토는 공동묘지의 무덤을 축소시켜 놓은 것처럼 생겼는데요. 동결과 융해의 반복으로 토양층이 활발하게 요동치는 환경에서 잘 발달하는 지형입니다. 건조한 몽골의 환경에서 구조토가 식물이 자라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했어요.


IMG_0476.JPG


우리들이 수행하는 겨우 몇 번의 조사와 실험만으로 몽골 사막화를 막을 수 없겠지요. 다만 자연으로부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힌트를 얻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현장에 갑니다. 만약 그 힌트로 생태계 모방을 할 수 있어 사막화된 지역이나 사막화되어가는 지역에 적용할 수 있다면, 그래서 사막화를 조금이라도 막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오는 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