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걸음만 걸어 나가면 숲

초록빛 하루, 일하는 나를 감싸다

by 초록노동자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 열 걸음만 걸어 나가면 숲이에요.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매일 초록을 봅니다. 일 하다가 졸리거나 피곤하면 나가서 잠시 걸어요. 10분만 걸어도, 식물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 속에서 금방 머리가 맑아집니다. 걸으면서 길 옆의 식물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어요. 계절 따라 피는 꽃이 달라지는 것을 봅니다. 지금은 꼬리조팝나무 꽃이 한창이에요. 피는 꽃마다 찾아오는 곤충의 종류도 달라지지요. 걸으면서 자연을 관찰하면 글감이 절로 떠오릅니다. 일석사조이지요. 잠 깨고, 건강해지고, 식물 관찰하고, 글감을 줍고.


IMG_0780.JPG <꼬리조팝나무> 지는 꽃, 핀 꽃, 필 꽃


제가 일하는 곳은 원래 논이었어요. 지금도 주변으로는 논, 밭, 얕은 구릉의 숲, 조그만 하천이 있어요.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지요. 봄에는 모내기해서 파릇파릇한 들판을, 여름에는 짙푸른 들판을, 가을에는 노랗게 익은 들판을, 겨울에는 눈 쌓인 들판을 봅니다. 추수하다가 떨어뜨린 나락을 먹으러 겨울마다 수천 마리의 철새가 날아와요.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느끼며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곳은 13년이 지난 지금, 울창한 숲이 되었어요. '한반도숲'을 만들어 그곳에 우리나라에 많이 분포하는 식물군락(식물가족)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어요. 온전한 자연을 모방하여 논이었던 곳을 숲으로 만들어냈어요. 원래 숲이었던 것처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원래 논이었다고 얘기하면 깜짝 놀라요. 논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요. 생태복원에 성공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이 숲을 보러 먼 곳에서 손님들이 오셨어요. 비가 내리다 잠시 멈춘 시간, 외부 손님들이 거의 없어 우리만 있던 고요한 시간에 한반도숲 길을 걸었습니다. 울창해진 숲이 가끔씩 흩뿌리는 가랑비를 막아줍니다. 해가 쨍쨍하게 뜬 날은 단단한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동물들에게는 안전한 서식처가 되어줍니다. 도시 근처에 이런 숲을 만들고 싶어요. 도시에 사는 분들에게도 숲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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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논이 숲으로 변한 <한반도숲>



논이었던 곳이 습지로 변한 공간도 있어요. 물의 깊이를 다르게 해서 수심에 따라 자라는 식물을 다르게 식재했어요. 원래 있었던 습지를 모방하여 식물을 식재했더니, 습지도 원래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그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식물을 심으면, 그 환경에 적합한 식물이 저절로 들어와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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