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하루, 일하는 나를 감싸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 열 걸음만 걸어 나가면 숲이에요.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매일 초록을 봅니다. 일 하다가 졸리거나 피곤하면 나가서 잠시 걸어요. 10분만 걸어도, 식물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 속에서 금방 머리가 맑아집니다. 걸으면서 길 옆의 식물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어요. 계절 따라 피는 꽃이 달라지는 것을 봅니다. 지금은 꼬리조팝나무 꽃이 한창이에요. 피는 꽃마다 찾아오는 곤충의 종류도 달라지지요. 걸으면서 자연을 관찰하면 글감이 절로 떠오릅니다. 일석사조이지요. 잠 깨고, 건강해지고, 식물 관찰하고, 글감을 줍고.
제가 일하는 곳은 원래 논이었어요. 지금도 주변으로는 논, 밭, 얕은 구릉의 숲, 조그만 하천이 있어요.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지요. 봄에는 모내기해서 파릇파릇한 들판을, 여름에는 짙푸른 들판을, 가을에는 노랗게 익은 들판을, 겨울에는 눈 쌓인 들판을 봅니다. 추수하다가 떨어뜨린 나락을 먹으러 겨울마다 수천 마리의 철새가 날아와요.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느끼며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곳은 13년이 지난 지금, 울창한 숲이 되었어요. '한반도숲'을 만들어 그곳에 우리나라에 많이 분포하는 식물군락(식물가족)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어요. 온전한 자연을 모방하여 논이었던 곳을 숲으로 만들어냈어요. 원래 숲이었던 것처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원래 논이었다고 얘기하면 깜짝 놀라요. 논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요. 생태복원에 성공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이 숲을 보러 먼 곳에서 손님들이 오셨어요. 비가 내리다 잠시 멈춘 시간, 외부 손님들이 거의 없어 우리만 있던 고요한 시간에 한반도숲 길을 걸었습니다. 울창해진 숲이 가끔씩 흩뿌리는 가랑비를 막아줍니다. 해가 쨍쨍하게 뜬 날은 단단한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동물들에게는 안전한 서식처가 되어줍니다. 도시 근처에 이런 숲을 만들고 싶어요. 도시에 사는 분들에게도 숲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이요.
논이었던 곳이 습지로 변한 공간도 있어요. 물의 깊이를 다르게 해서 수심에 따라 자라는 식물을 다르게 식재했어요. 원래 있었던 습지를 모방하여 식물을 식재했더니, 습지도 원래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그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식물을 심으면, 그 환경에 적합한 식물이 저절로 들어와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