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나 괴로움으로 고생하며 허덕이는 새만금
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20년 차 식물연구원이 보는 환경, 자연, 식물에 대한 시선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신음하는 갯벌'이라고 적어놓고 국어사전에서 신음의 뜻을 찾았어요. '고통이나 괴로움으로 고생하며 허덕임'. 제가 봤던 장면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확한 단어입니다. 지난 금요일, 회사 워크숍에서 갔던 새만금에서 허덕이는 갯벌을 보았습니다. 저는 왜 자연이나 동식물의 아픔이 느껴질까요.... 제가 본 세 가지 시선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시선. 갯벌은 육지에서 가져온 흙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짙은 회흑색 흙을 주황색 흙으로 덮었습니다. 갯벌 안에서 살던 수많은 생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포유류나 조류와 같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동물들은 괜찮았겠지만, 갯벌 안에 살던 수많은 조개와 고둥과 갯지렁이와 게는 어디로 갔을까요?
두 번째 시선. 갯벌을 메우기 위한 흙은 대부분 산에서 가져옵니다. 이렇게 넓은 면적을 개간하려면 작은 산이 여러 개 사라졌을 겁니다. 그 산에 살던 동물과 식물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토양 속에 살던 톡토기와 미생물들은요? 산에 살던 나무와 풀을 치우고, 포클레인으로 흙을 덤프트럭에 옮겨 담아 운반한 후 갯벌 위로 가차 없이 부었을 겁니다.
세 번째 시선. 산의 흙을 파내면 영양분이 거의 없는 주황색 흙이 나옵니다. 그 흙은 식물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합니다. 지금처럼 중국단풍, 모감주나무, 동백을 심어도 잘 살지 못합니다. 산 흙의 아래에는 갯벌이 있어 물이 잘 빠지지 않을 거고, 염분 농도도 높은 척박한 환경이에요. 심은 나무는 죽었거나 곧 죽을 예정이거나. 나무가 죽어서 생긴 공간에는 건조한 환경을 좋아하는 쑥과 개솔새가 무리 지어 자라고 있습니다.
신음하는 갯벌에도 봄은 오고 새싹이 올라왔습니다. 갯벌과 그 속에 살던 생물들, 산과 산의 흙 안에 살던 생물들이 새로운 흙이 되었습니다. 갯벌도 산도 아닌 땅. 사람들이 공들여 심지 않아도 저절로 씨앗이 날아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생긴 모습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