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마량리 300살 동백나무숲

이곳은 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을까?

by 초록노동자

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20년 차 식물연구원이 보는 환경, 자연, 식물에 대한 시선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지난주는 아이의 일과 회사 일이 휘몰아친 한 주였다. 주말부부여서 평일에는 독박육아를 하는 워킹맘에게는 유난히 혹독한 한 주였다. 몸살 나지 않고 이만큼 버틴 게 신기할 만큼. 외부에서 요청 오는 일들을 거절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괜찮을 줄 알았다. 아이의 일만 없었다면 괜찮았을 거다. 금요일 오후 두 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자 몸의 긴장이 풀어졌다.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집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따뜻한 봄 날씨가 아까워 가까운 동백나무숲으로 갔다.


서천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나무숲이 있다. 천연기념물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유산청장(구 문화재청장)이 자연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식물은 '생물학적 의미의 종(Species)이나, 그 종이 생육하고 서식하는 지역'을 지정한다. 서천 마량리는 동백나무가 스스로 자라는 북쪽 서식지(북한계선이라고 부른다.)에 있어 식물분포학적 가치가 높고, 풍어제 및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문화적 가치도 인정받아 1965년 4월 7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수령이 300년이라고 하고, 82그루가 있다. 지금이 꽃 피는 막바지이다. 지금 가지 않으면 내년 겨울이 되어야 꽃을 다시 볼 수 있어서, 피곤했지만 그쪽으로 향했다.


서천 마량리 바닷가 절벽에 맞닿은 작은 곰솔 숲의 아래에 오래된 동백나무가 모여 자라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꽃들이 많았다. 동백꽃은 꽃잎이 낱장으로 떨어지지 않고 통째로 떨어진다. 멀리서 보면 숲의 바닥에도 동백꽃이 피어있는 듯하다. 오래된 동백나무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줄기가 힘차다. 여러 그루가 모여 상록의 잎이 층층이 드리운 곳은 빛이 들지 않아 숲 바닥이 어두웠고, 어두운 가운데 빨간 꽃잎이 선명하게 도드라져 보였다. 오래된 동백나무숲에 갔을 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서천 마량리의 동백나무숲은 동백나무가 서식할 수 있는 가장 북쪽의 서식지는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조선총독부 박물관 문서에 의하면, 황해도 장연군 대청도는 동백나무의 '자생북한지'이며, 보호림으로 지정하여 관리하였다(1937년 천연기념물 지정안 및 지정 대장). 조선에서 자라는 북한계지에 해당하므로 학술 연구상 가치가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지역을 천연기념물급 식물 보호 대상으로 보고, 공익상 필요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벌채를 허가하지 않도록 하였다. 현재의 인천 옹진군의 대청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조선총독부 박물관 문서의 천연기념물 동백나무 자생지



옹진 대청도 동백나무 자생지는 동백나무가 자연적으로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지역으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 12월 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동백나무가 불법 채취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지름이 20㎝인 큰 나무가 147그루 있었지만 현재는 사라져서 없다고 한다.


한때 동백꽃을 너무 좋아해서 네이버 블로그의 별명을 Camellia(카멜리아)라고 지었었다. 동백나무의 학명(학술적으로 부르는 이름)이 Camellia japonica이기 때문에 앞의 이름(속명이라고 한다)을 따서 카멜리아라고 불린다. 꽃이 크지만 화려하지 않고, 빨갛지만 기품 있다. 빨간색 꽃잎 사이에 샛노란 암술과 수술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동박새가 이 색에 반해 찾아오는 거겠지. 동백꽃을 가까이에 두고 즐기고 싶어 제주에 갈 때마다 관련된 소품들을 사서 모았다. 볼펜, 책갈피, 노트, 손수건, 티코스터, 술잔.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의 왼쪽에는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짓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기존의 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동백나무숲은 덩그러니 고립된 섬처럼 느껴져 안타까웠다. 동백나무숲과 바다와 주변의 자연환경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열악한 환경이지만 오래오래 이 자리에서 버티면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 참고

1.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총독부 박물관 문서 국립중앙박물관 - 조선총독부박물관 문서

2.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천연기념물 옹진 대청도 동백나무 자생북한지 (甕津 大靑島 冬柏나무 自生北限地) | 국가유산포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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