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아비가 16화

시선 그리고 잠

by 스침

스마트폰 이전, 사람들은 시선을 어디에 두고 살았을까? 40년 전에도 언론은 형편없는 한국인의 연간 독서량을 책망했으니, 책은 확실히 아니었어. 버스나 지하철에서 관찰했던 바, 사람들의 시선은 주로 차창 밖 어딘가를 향했어. 번거롭게 대회를 열지 않아도 ‘멍 때리기’를 실천했던 거지. 난 풍경 대신 그들 각자의 사정과 생각, 행선지와 목적을 궁금해했었어. 소설가 김동리 선생도 그랬는지 그의 어느 작품에, 버스에서 발끝을 까딱여 음악에 장단을 맞추는 아가씨의 경쾌함을 묘사한 구절을 본 기억이 있지. 자리에 앉거나 심지어 이동 중에도 사람들 시선은 스마트폰에 꽂혀 있어. 나 모르게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건가 의심이 들 정도야. 나도 혼자일 땐 다르지 않으니 군말할 처지가 아니지만 눈 떼기 아까울 젊은 연인들까지도 그런 건 이해가 안 가.


요즘 난, 미디어 소비가 과도해져서 고민이야. 독서를 대신한다는 변명거리도 있고 의자에 앉아 있기 불편해진 요새 산책 중 오디오 독서를 즐겼더니, 더 그래. 쉬었다고 읽고 메모할 수 없단 단점이 있지만 요긴하긴 해. 형편상 어쩔 수 없어도 계속 경계하는 게 있어. 쇼츠를 소비하지 않는 거야. 뇌과학자가 ‘쇼츠’로만 미디어를 소비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네. 긴 호흡의 책을 못 읽고, 영화조차 유튜브 요약으로 보고 마는 현실을 우려하는 거지. 미디어의 세례를 쇼츠로 받은, 그렇게 시작한 지금 세대가 걱정이긴 해. 파편화된 정보로는 견고한 사고의 틀을 만들 수 없잖아?


마트 카트에 담긴 물건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표피적 추측이 가능해. 구매품목은 기호성과 색상 취향, 심지어 체형과의 연관성, 건강상태 등을 넘겨짚게 하지. 마치 카드사가 이용내역으로 특정 회원의 상당한 특성을 파악하는 것처럼 말이야. 콘텐츠 소비로도 누군가를 유추하거나 규정할 수 있어. 전에, 디자인 분야 전문가들의 ‘즐겨찾기’를 모아 만든 책을 본 적 있어. 취미로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시간만큼 검색엔진에 걸어놓은 북마크를 정돈하곤 해. 알고리즘에 의해 파악되고 정의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하면서. 이과에 재능이 없는 난 육중한 과학의 세계를 쉽게 설명하는 필자를 제일 반겨. 그중 한 사람이 우리가 수면을 취할 때, 어질러진 뇌를 청소하는 과정이 이뤄진다는 거야. 긴장이 느슨해진 뇌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치우고 걸레질을 한다는 거지. 난 불면증으로 몇 년을 고생하고, 약물의 도움을 얻었는데, 당신은 여전히 수면장애가 있어 보여 걱정이야. 아들, 밥이 보약이듯 잠도 그렇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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