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던 두 녀석이 혀를 길게 빼 물고 헐떡였다. 몇 개월 기른 털로 오지게 더운 게다. 인류가 개와 달리 털을 포기하고 땀을 선택한 것은 달궈질 지구의 오늘을 예감한 때문 아닐까? 당신과 지난해 여행을 하다, 내가 “해를 넘기기 전에 격변이 생길 것 같다”라고 말했었지. 우려의 근거는 국회 상임위 등에 참석한 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직들의 '오만함'이었어. 태도는 처지를 반영하잖아. 임명직 공무원들이 국회에서 위증을 하고, 선출된 권력(국회의원)을 집단적으로 무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 어떤 수순을 밟아 선출 권력이 무력화될 수 있음을 인지하지 않고서야.
말싸움이란 정치의 본령을 포기하고 무력을 동원한 이유는 간단해. 말로 이길 수 없음을 안 거지. 시민의 힘과 천우신조가 더해져 최악은 막았지만 상당한 사회적 비용과 수습의 시간이 필요하게 됐어. 국가는 정교한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지만 권력자에 의해 오작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 허약한 구조이기도 해. 재판정에 나와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던 자가 “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을 선처하라”고 요구하고, 자신이 “성경을 읽으며 군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더군. 그는 또 체포영장을 거부하며, “27년간 검사를 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며 자신이 미결수 신분임을 강조했다네. 긴 시간 법을 집행했던 자라면 교도소에 수감된 자신의 상황을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나? 형이 확정된 기결수가 아니니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라고? 그 원칙은 수사관과 판사가 피의자를 대해야 할 태도이지 피의자가 들이댈 법조문이 아니거늘.
친구들과 얘기하다, “우리가 알던 보수 정당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왔어. ‘아스팔트 극우(제도권이 아니란 뜻)’의 주장과 세력이 장악한 정당만 보이니까. 발언은 거칠디 거칠고, 이어지는 비상식적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였어. 그들은 왜 품격을 잃은 걸까? 주류에서 밀려났음을 인식한 거지. 역대 정권들만 봐도 오랜 기간 우리 사회 주류는 보수였어. 강철만큼 단단했던 기득권이 와르르 무너지며, 품격을 잃은 거야. 다수가 소수가 되는 순간, 이익의 범위가 줄어드는 순간, 순조롭게 자행되던 불법이 들키는 순간을 맛봤으니 당황한 거야. 보수라 일컬어지던 집단의 이상 행동은 여유가 없어서 그래. 지갑이 두둑하면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얇은 지갑을 들고는 매 순간이 조급할 따름이지.
어제, 놀라운 뉴스를 봤어. 자국민이 전쟁에 동원돼 무참히 죽어가고 있는 와중에 북중러 지도자란 자들이 모여 “요즘 나이 70은 어리다. 현세대는 150년을 살 수 있다. 장기이식으로 영생불멸도 가능하다”는 따위의 사담을 나눴다네. 제발, 가짜 뉴스이기를. 우리가 절감했지만 지도자와 권력 집단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안위는 크게 요동칠 수 있어. 1991년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유럽 다국은 축소한 군비로 복지를 증대하며 평화를 누렸어. 그랬던 그들 국가들이 앞다퉈 우리 방산업체들의 생산 무기들을 수입하고 있어. 짧은 인도 기일과 가성비에 만족스러운 AS까지, 덕분에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폭등했지. 유럽에 전운이 도는 건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야. 한반도 상황도 불확실해. 북한은 러우전쟁으로 실전 경험을 쌓고, 북중러와 한미일 양극화된 전선이 견고해지고 있어서지. 향후 1,2년이 고비일 거야. 70년 넘게 이어진 한반도의 평화,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 깨져서는 안 되니까. 부디, 인간의 호전성이 축구장과 야구장에서만 발휘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