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아비가 22화

글도 기도가 될 수 있을까?

by 스침

세상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이 존재해.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아이작 뉴턴 같은 인물들을 보면 그래. 특정 분야의 독보적 스페셜리스는 많이 있지. 물리학의 천재라든지, 역사에 남을 음악가라든지 말이야. 그런데 유사성이 없는 분야를 두루 통달한 천재들을 보면, 이해가 가질 않아. 다빈치가 그렇잖아. 그는 화가, 과학자, 사상가로 문화와 과학 분야의 인류사적 지평을 넓힌 인물이니까. 가끔 다빈치의 책들을 보다가 매번, 아무리 천재라 해도 어떻게 그럴 수 있지란 생각이 들어.


15세기에 다빈치가 있었다면, 17세기엔 아이작 뉴턴이라는 '르네상스형 인간'이 있었지. 물리학자, 수학자, 과학자, 신학자이자 최후의 연금술사였던 그에 대한 나의 첫 정보는 교과서에 실린 몇 줄이었어. 사과 에피소드를 곁들인 ‘만유인력’ 정도였던 뉴턴의 천재성은 이해불가의 영역이야. 20대 초반에 마치 신들린 듯 역학, 만유인력의 법칙, 광학, 미적분학을 ‘직관적’으로 밝혀냈어. 비운의 천재도 아니어서, 학자로서의 공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았고, 국회의원, 왕립조폐국장까지 지낸 그는 “내가 궁금한 게 있으니까 연구하는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지.


인류 역사상 마지막 ‘르네상스인’으로 불리는 위대한 천재 뉴턴도 추앙한 인물이 있어. “생각하는 나는 존재한다”란 명제를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진리로 규정하고, 모든 학문의 제1원리로 정립한 사상가 르네 데카르트를 추앙했다고 해. 암흑기였던 중세 유럽에 빛을 던진 이 천재들의 공통된 발언은 ‘질문’일 거야. 개인의 삶에서도 세계관을 한 뼘씩 넓히는 과정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지. 요즘 난, ‘질문 상자'인 멀티모달 AI를 어떻게 유용하게 소비할 것인가,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다빈치와 뉴턴, 데카르트까지 통합한 '르네상스 형 AI’를 손에 쥐고 놀릴 순 없잖아?


당신도 알다시피 한때 어도비가 개발한 포토샵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창작의 전 분야를 지배했어. 해당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면 전문가로서 인정받지 못할 정도였어. 사진 보정, 영화 편집, 상업 디자인 등 만능키였던 '어도비 제국'이 무너지고, 주가도 반토막 났어. 음성 지시만으로 이미지, 동영상 등 모든 콘텐츠가 마법처럼 생성되는 시대를 도래하게 만든 건, 인간의 게으른 속성 때문 아닐까? 다음에 만나 AI에 대한 당신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 추석 전에 만나면 할 얘기가 많겠네. 난 아침마다 편지를 쓰는 이 행위가 당신을 위한 나만의 기도라고 생각해. AI가 대신할 수 없는, 부탁하고 싶지도 않은 '아비의 의식' 같은 거라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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