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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침 Apr 18. 2024

정서적 변비

- 입출력의 비대칭성

ⓒ 스침


# 입력


- 눈을 뜨면 창문을 1/5쯤 열어 환기를 시키고 안경을 쓰지 않고 거울을 본 뒤, 14년째 함께 살고 있는 15살로 추정되는 아이와 함께 현관 밖으로 나선다. 고혈압이 걱정되던 겨울과 달리 요즘은 이른 시간이어도 두려움이 없다. 녀석의 모닝 배변을 위한 짧은 산책 뒤, 싸구려 커피를 자못 우아하게 마시고 간밤의 뉴스를 가볍게 훑고 두 번째 담배를 피우기 위해 다시 문을 나선다. 별 일이 없으면 아침의 루틴은 그렇다.  


- 그런데 이 별나지 않은 일과를 반복하다 문득, 눈과 귀를 막고 하루를 살 순 없을까,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하루에도 나는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돼 있다. 데스크톱과 스마트폰의 포털 뉴스도 모자라 엘리베이터 벽면의 광고지를 입력하고 건물에 걸린 간판과 화단의 나무와 목례를 나누는 이웃의 표정과 옷차림까지, 온갖 기호와 감정을 받아들인다. 14년 지기 반려견과 햇수로 동거 3년째인 말썽꾸러기 강아지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치다꺼리를 해야 한다. 


ⓒ 스침

ⓒ 스침

# 출력

- 해서 불가능하지만 눈과 귀를 닫아보고 싶은 거다. 휘발성 강하지만 손쉽게 얻는 정보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각종 이미지와 메시지, 기호, 정보로부터 받는 압박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과도한 입력의 양을 줄일 순 있지 않을까. 돈과 권력, 신분상승의 트리거가 되는 고급 정보(불법적일 경우가 많다)도 아닌 오픈 소스를 과도 복용하고 있는 셈이다. 


- 예전 같으면 1주일 혹은 한 달 분량의 정보가 하루 만에 입력되는 지금, 입력 대비 출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출력을 사유와 깨달음이라고 치면 나의 오늘은 또 소화불량이다. 체 내림 집도 없어졌는데, 대체 이 체증을 어디서 내린단 말인가. 과도한 정보와 생각 뒤에 오는 발열현상을 막기 위한 쉼이 필요하다. 입출력의 비대칭성에 의한 변비에 걸리기 싫다.


ⓒ 스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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