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에는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시험을 봤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한국 초등학교에는 '정기 시험'이 사라졌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시험을 보는 것에 대하여는 의견이 엇갈리겠지만나는 시험 찬성주의자다. 배운 내용을 확인하고 익히는 데 시험만큼 좋은 제도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에 와보니 여기는 생각보다 많은 시험들이 있었다. 개념을 확인하는 쪽지시험부터 과목별 정기시험, 주 전체가 보는 시험까지. 특히 내 경험으로는 4학년부터는 그 빈도수가 높아졌다.
물론 미국은 모든 아이들에게 칭찬이 매우 후하다.
공부도 1,2등이 아니더라도 잘한다고 하고, 그게 무엇이라도 뭔가를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칭찬받을 수 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아이들은 꼭 '공부'를 잘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런 미국에서 시험이 많다니!
뭔가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아이는 수시로 시험을 봤고(한 쿼터 및 과목 당 1회씩만 본다고 해도 대체 몇 번인가!),공식적인 성적표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고 시험지 자체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아이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중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시험도 많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중에서도 내가 사는 버지니아에서 제일 중요한 시험은 바로 SOL test다.
이 시험이 학교 측에 중요한 이유는 여러 곳에 점수가 활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예산 배정, 학교 등급 반영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너무 자명하다. 어느 부분에서 구멍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Gifted 또는 Honor반 편성 시에나 상위 학년 레벨을 정할 때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교는 한 달 전부터 이 시험 준비에 돌입한다. 그래서 평소에는 가져오지도 않던 숙제를 뭉텅이로 가져오곤 한다.
오늘은 이 SOL test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땅덩이 넓고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학교마다 이 시험을 대하는 태도도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초등학교 시험 톺아보기 : SOL이 대체 뭐지?]
SOL은 Standards of Learning Assessment Program의 약어로 버지니아 공립학교의 학습 표준(학생들이 과목별로 알아야 할 것들)이다.
SOL Test라고 불리는 시험은이 학습 표준을 제대로 아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시에는 6개 이상의 과목 합격이 필요)
2012년 처음 도입된 이 시험은 버지니아 주 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파악뿐만 아니라각 학교의 학력 평가 기준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는 합격률이 크게 낮아져서 학력 저하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했다.
다른 주에서도 이런 시험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중요도는 똑같이 높아서(텍사스 주 Staar, 테네시 TCAP, 조지아 GEOCT, 펜실베니아 PSSA )이 시험 보는 날에는 다른 일정을 넣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 본 아이의 Reading SOL Test날 학부모 감독을 갔다. 복도에 앉아서 화장실에 한 명만 들어가게 하는 역할을 맡았는데좀 과장하면 ^^ 수능 시험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험을 보지 않는 학년의 아이들도 복도에서 까치발을 들고 다니고, 화장실 사용 규제에 따랐다.
시험이 끝난 후 선생님들이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기도 했다는데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다. 대체 얼마나 큰 시험이길래 학교 전체가 이리 긴장을 하는 거지? ㅎㅎㅎ
학교 복도에 있는 시험 알림
[미국 초등학교 시험 톺아보기 : 누가 어떤 과목을 어떻게 보는 시험인가?]
버지니아 주에 사는 3학년 이상의 학생들이 이 시험을 보게 된다.(카운티에 무관하게)
영어 학습자(EL)의 경우 첫 해에는 영어 과목이 면제될 수 있으며, 다른 언어로 시험을 치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시험은 온라인으로 실시된다.(수학 시험을 보는 동안에는 온라인 계산기가 허용되는 문제도 있다. )
영어(국어), 수학과목을 기본으로 하여학년이 높아지면 과학, 사회, 역사 시험까지 치른다.
우리 아이가 3학년 일 때는 영어, 수학 시험만 봤지만, 5학년이 되면 과학도 보고, 영어도 Reading과 Writing을 따로 평가한다. 그런 식으로 평가가 세분화되어 코스 종료 시에는
수학도 대수학, 기하학, 과학도 생물학, 지구과학, 화학 같이 나눠진다.
2021년 통과된 법안에서는 Reading과 수학에 대한 '성장(연간)'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이 때문에 3~8학년 학생들은 가을과 겨울에 성장 평가를 따로 보게 된다. 성적표가 2번이 나오는데 뭐가 뭔지 몰라서 한참을 헤맸던 기억이 있다.(내가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
내가 이 시험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성장 평가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었다. 학생 맞춤형 평가를 실시하는 점이었다.
학생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지에 따라서 다음 질문의 난이도가 결정이 된다. 올바른 답을 했다면 더 높은 난도로 연결되는 것이다. 컴퓨터로 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