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슈가 많다. 하나는 12월 3일에 벌어진 계엄령 이후 진행되고 있는 탄핵국면 다른 하나는 남배우 김수현의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인한 한 사람의 자살 그리고 정치권의 장제원 의원이 벌인 성폭행 의혹, 이철규의원의 아들내외가 마약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 중 두 번째 이슈를 다뤄보고자 한다. 배우생활을 시작한 이후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대한민국 남배우 김수현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역배우 김새론의 자살에 기여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나는 배우의 이미지를 스티커라 생각하고 소비한다. 배우는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지만 연기하는 캐릭터에 따라 매력이 '달라짐'을 인정하고, 그들의 개인적인 성향과 인간으로서의 면모는 알려고 하지 않고, 알고 있다는 생각도 자제하는 편이다. 그러니 김수현의 사생활, 김수현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고 싶지도 않으니 자신이 벌인 일을 인정하고 어서 빨리 사라지 길 바란다.
내가 어린 여성이 받는 불이익에 추를 내려 힘을 실어주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2023년 과천 현대미술관 -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티켓을 둘러싸고 벌어진 에피소드. 이 날은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전시 후 뒷이야기를 위해서 1층의 카페테리아에서 모였다.
우리가 음료를 주문하기 전, 나는 하나의 제안을 했다. 백남준 전시 입장 전, 2시간 후 입장이 가능한 이건희 특별전 티켓을 2장을 미리 예매해 두었기 때문에 관심 있는 한 분은 같이 보자는 제안이었다. 이에 20대로 추정되는 여자분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후 각자의 음료를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모임원 중 남성 한 분이 피자를 주문하여 다 같이 나눠먹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피자를 나눠먹었는데 갑자기 자신이 이건희 특별전에 관심이 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이건 피자권력이다. 이러려고 피자를 쏜 거니?!!
결국 서로 전시 티켓을 양보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야기는 돌고 돌아 티켓을 예매한 당사자인 내가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부담스러운 시선이 모였고, 나는 두 분이 알아서 하라고 결정권을 넘기고 말았다. 결국 그 여성분은 자신이 이 근처에 사니 언제든 와서 볼 수 있다며 남성분께 티켓을 양보했다. 두 분이 서로 초면이며 티켓을 너무나 양보하는 상황(하지만 남성분이 이 상황을 만들었는걸!)과 누구랑 봐도 상관없는 나의 심리가 뒤섞여 모임장이었던 내가 이 상황을 방관해 버린 것이다!
우선, 여성분은 당연히 이건희 특별전에 관심이 있었기에 가장 먼저 함께 보자는 제안을 수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여자들은 곧잘 '양보가 미덕'라이팅을 당하며 삶을 살기 때문에 갑작스레 들어온 욕심쟁이의 제안에 한두 발짝씩 '양보의 미덕'을 보이게 된 게 아닐까. 나는 결국 욕심쟁이에게 추를 놓아준 셈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말은 '여자분과 먼저 약속이 돼있지 않냐는 말이었다!
왜 남자들은 자신이 뭔가를 베풀면 그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바라는 걸까. 심지어 자신이 자발적으로 보낸 호의에도 말이다. 대가 없이 보내는 호의는 여성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내가 행한 작은 추를 보내는 일이 많았겠지 하지만 이렇게 회고함으로써 더 나은 선택을 하는 어른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