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초태양반오로라 Feb 13. 2024

화장실 두 번째 칸


1. 화장실이 좋아


 “선생님, 화장실 다녀와도 돼요?” 선생님이 칠판에 글씨를 쓰다 말고 뒤를 돌았다.

 “너, 진짜! 수업 시간에 화장실 가지 말라고 했지. 아휴 참, 얼른 다녀와.” 

 “네.”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른 아이들은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느라 나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씰룩거려 재빨리 문을 나서는 나의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다. 이유가 뭔지 알면 다들 놀라서 나를 병원에 데려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고 싶지도 않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스케이트를 타면 차가운 음료수를 마신 것처럼 기분이 시원해진다. 


2. 내 친구 히어로


단숨에 화장실 도착! 

다행히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다. 나같이 수업 시간에 화장실 오는 애는 급똥 마려운 애들 뿐이기 때문이다.

“헤헤, 아무도 없다.”

 드디어 시작이다. 행복한 시간 시작이란 말이다. 학교 끝나고 게임하려고 핸드폰을 가방에서 꺼낼 때 보다 더 신난다. 

 기분 좋은 심장의 두근거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두 번째 칸으로 들어가 변기에 앉았다. 

 “에휴, 선생님이 오늘은 진짜 화났나 봐. 다음에 진짜 화장실 못 가게 하면 어떡하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언제나처럼 ‘스르륵스륵’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자 땡그란 눈이 웃으며 말했다. 

“왔어?, 그나저나 이제 화장실 못 오는 거야? 선생님이 왜 무서워? 선생님은 착한 애들 좋아하잖아. 너 안 착해?”

“야~~ 나 착해. 그리고 착한 거랑 규칙 지키는 거랑은 다르다고! 선생님이 무서워도 수업시간에 화장실 안 오기가 얼마나 어렵냐.”

“그래? 나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어. 두려운 것도 없지. 그러니 당연히 선생님도 안 무서워. 난 히어로니까!” 

가뜩이나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저렇게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서는 자기 잘났다고 말할 때는 좀 얄밉기까지 하다.     

 ‘코딱지만큼 작은 게 무슨 히어로.’ 입 밖에 나오려는 말을 얼른 혀 밑으로 집어넣었다.

 “나도 무서운 게 없는데 세상에서 딱 하나! 바로 우리 반 선생님은 무섭다. 화나면 아주 호랑이 같다니까. 얼굴도 목소리도 호랑이 판박이야.”

 “쳇, 호랑이는 내가 애완동물로 키웠었는데 말이야. 내 말도 잘 듣고 아주 귀여웠지. 히어로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어깨 움직일 수 있겠냐?”

 하여튼 히어로들은 자기들이 세상에서 최고로 잘난 줄 알아요.

“알았어. 너는 히어로니까 무서운 게 없을 거야.” 이럴 땐 적당히 맞장구를 쳐줘야 한다. 그래야 얼른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헤헤, 그나저나 오늘 급식 뭐야?” 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히어로는 눈을 더 땡그랗게 뜨고 물어봤다.

“오늘... 뭐였더라. 기억 안 나. 보고 이따 말해줄게.”

“그래. 꼭!” 

 화장실에 사는 내 친구 히어로는 매일 급식이 뭐냐고 묻는다. 히어로는 에너지바를 왕창 먹거나 알약 하나 먹고 하루 종일 굶어도 버틸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먹는 음식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모를 일이다. 너는 뭐 먹냐고 물어보려다 시간이 많이 지난 같아 변기에서 일어났다.

“나 이제 가야겠다. 너무 오래 있다 가면 애들이 똥 싸고 왔냐고 놀려.”

“그래 이따가 또 와.” 나는 휴지 옆에 붙어 있는 히어로를 손으로 꾹꾹 누르고 기분 좋게 교실로 출발했다.


3. 마음이 통하면 친구


 히어로를 언제 무슨 요일에 만났는지는 기억이 도통 안 나는데 어떻게 만났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수업 시간에 갑자기 똥이 마려웠다. 거짓말 아니고 진짜 바지에 쌀 것 같았다. 물이 똥인지 똥이 물인지 어쩌면 물과 똥이 합쳐진 것인지 하여튼 예삿똥 같지 않았다. (다음 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귀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