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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eping Apr 01. 2024

진부한 일기장

3월31일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시나요.

아주 평범한 일기를 매일 작성해 볼까 합니다.

남기는 걸 좋아하는 어떤 한 사람의 주책입니다.


옛날에는 손으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게 최근에는 잘 되지 않더라고요. 수기보다는 타자가 남기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웹상에 일기를 남깁니다. 사실 저는 수정가능한 것은 기록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곳에 일기를 남기는 것은 저랑 어울리지 않는 행위일 있지만 바쁜 일상에 억지로라도 하루의 점을 찍기 위해서는 이곳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반복적인 하루에서 차이를 찾아보는 일기장, 시작하겠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조금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하루가 굉장히 빨리 지나갔답니다. 최근에는 외식을 줄이고자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있는데 보통은 김치찌개를 한 번에 많이 끓이고 그것을 소분해서 먹곤 한답니다. 물론 그리 좋은 식단은 아니겠지만 특별한 날에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노력의 일부겠죠. 그렇다고 가난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것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사고 싶은 것을 어느 정도 살 수도 있지만 요즘은 조금 자중하고 있는 편이랍니다. 돈을 조금이라도 모아서 나중에 오는 어떤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거겠지요.


저는 미래에 거는 가치가 꽤 많은 편이랍니다. 작은 돈이지만 모으는 일도 포함해서 과거의 어떤 추억들도 조금 담아두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답니다. 미래의 가치와 과거의 추억은 매치가 잘 안 될 수 있지만 저는 과거의 물건들을 바라보면서 삶의 원동력을 조금씩 얻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거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들도 최근에는 좀 벗어던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저는 수집광의 본능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영화 티켓을 포함해서 여행지 바닥에 떨어진 돌, 병원에 입원했을 때 받았던 명찰 등등 이미 효력을 다한 물건들을 방 안 상자에 차곡차곡 보관했답니다. 최근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상자는 거의 열어보지 않고 거의 방치된 상태더라고요. 그것들을 제외하고도 가족 혹은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 옛날에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들, 군대에서 작성한 많은 노트들 등 자주 열어볼 만한 것들도 많은 데 생각보다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물건을 광적으로 모으는 일상을 바꾸려고 노력 중인데 그 부류 중에서 꼭 계속 남기고 싶은 물건이 있답니다. 그것은 첫째로 제가 쓴 일기장 및 기록이고 둘째로는 선물 받은 꽃입니다.


기록을 버리지 않고 남기는 일은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그 기억을 발회시켜 주는 것이 그 기록이기 때문입니다.(물론 저의 생각입니다.) 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들어서 말라버린 꽃은 생동하는 생명력을 가지지 않지만 어떤 불멸하는 아름다움이 그 속에 있답니다. 조금 거창한가요? 그렇다면 여러분도 한번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색채를 읽어버린 꽃잎을 보고 있다 보면 아름다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화려한 색깔을 가진 꽃들도 물론 아름답지만 색채가 사라져서 처음에 무슨 색이었는지 알지 못하는 꽃도 무척이나 아름답답니다.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답니다. 집에 하루종일 있다 보면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드는 편입니다. 해가 질 때쯤이면 그런 생각이 더욱 심해지는 편이죠. 날씨도 좋은데 어디 바람이나 쐬러 갈걸, 카페에 가서 책을 읽었으면 많이 읽었겠지, 맛있는 요리를 해 먹을걸. 이런 생각은 저만 하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휴식이라는 게 정말 집에 혼자 누워있는다고 이루어질까?라는 의문이죠. 그래도 다행히 하루가 끝나기 전 9시에서 12시까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떨었답니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제가 이미 알고 있는 주제가 나와도 모른척하고 처음 듣는 이야기인 척하는 편이랍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죠. 그래서 나름 듣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지만 저도 마찬가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목 위로 나오려는 목소리들을 꾹꾹 눌러 담고 있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는 이미지로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새로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기억력이 좋다면 전부 기억해서 나중에 단편집으로 엮고 싶을 정도이지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하루의 기록이 생각보다 길었네요. 오늘의 이야기 중 파생될 수 있는 주제들도 많지만 우선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새로운 한 주 다들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모두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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