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카카오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링키지랩에서 '수어 통역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수어 통역사로서 다양한 회사 이야기들을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이나 농인 근로자, 그리고 저와 같은 수어통역사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의 7년을 기록하려 합니다.
'한국어'의 단어수와 '한국수어'의 단어수는 얼마나 차이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 53만여개, 한국수어는 2만개가 갓 넘은 정도이다.
(말모이와 표준수어사업으로 2만여개 이상 작업한 시점도 얼마되지 않는다.)
이러니 한국어와 한국수어가 일대일로 대응되기 어려운건 당연하다.
외래어, 신조어, 비속어 등 수어 단어로 만들기 모호한 것들도 많다.
직접 만든 업무 용어 수어사전
링키지랩 설립 초반에 약속되고 정리된 업무 용어 수어사전이 없었기에 기간을 두고 업무 용어 수어사전 제작하기 시작했다. 파트별로 사용하는 업무 용어를 전부 수집하고 담당 업무자로부터 업무 설명을 듣고 난 후 어떤 한국수어로 번역할지도 논의했다.
외래어가 많아도 가능한 한국수어로 번역하려고 했지만 정말로 매칭할 한국수어가 없을 경우는 미국수어 ASL을 차용한 경우도 있다. (ex 워크샵)
아지트, 스레드, 멘션, 미팅, 이슈, 프로세스, 포트폴리오, 툴, 크리티컬, 퍼포먼스, 리더, 시스템, 멤버, 콘텐츠, 필터링, 레이어...
이를 한국어로 번역이 애매하고 매칭할 수어가 없으면 사용자끼리 약속하고 쓸 수 있다.
‘플랫폼’을 예로 들어보자면.
다양한 업무 상황에서 쓰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표현으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인터넷 그 자체를 의미할 수도 있고, 인터넷 서비스라고 할 수도 있다. 또 접근성 업무에서는 사용자 테스트에 쓰이는 기기를 말할 수도 있다.
플랫폼을 번역한 영상을 찾아보니 ‘인터넷+ 활용+ 업무’, ‘인터넷 + 연결’ ‘인터넷+네트워크’ 등의 표현이 있었지만 접근성 업무에서는 기기 자체를 의미하기에 “모바일 이거 종류 뭐 “ 라고 풀이했다. 사전에 넣을 이미지는 국립국어원 한국수어 사전을 활용하고 찾는 단어가 없을 때는 다양한 영상을 검색해야한다. 데프뉴스나 수어교육채널, 정부 기관의 수어 버전 등에서 실용 수어 표현을 찾기 위해 많고 다양하게 검색한다.
왼쪽 부터 (지시대명사) 이것, 종류, 무엇
또 한국수어로 변환이 가능한 경우, 예를 들어 미팅은 회의로, 프로세스는 단계, 아지트는 집으로 번역하고 멘션의 경우는 @을 표현하기 위해 알파벳 a를 동그랗게 돌리는 형식으로 정했다. 회사 운영 전반적에 대한 용어와 업무별 용어 스프레드시트에 각각 정리한 후 전체 크루들과 공유하며 업무 상황에 따라 단어도 삭제나 추가를 하며
보완해 나간다.
문서로 된 사전에서 이어나간 또 하나의 버전은 영상이었다.
카페팀에 농인 바리스타가 입사했을 때였는데 업무 적응을 위한 기간 동안은 카페에 상주하며 소통지원을 하였고, 이후에는 매니저와의 소통, 동료와의 소통을 위해 폰으로 볼 수 있게 영상으로 제작한 것인데, 바리스타 업무에 쓰이는 단어와 문장을 정리한 후 영상 파일의 형태로 공유한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