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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소리 Aug 19. 2024

집이 있는데 진짜 내집이 필요해

아내는 공무원으로 나는 군인으로 살았다 보니 관사를 지원받아 항상 군인 아파트에서 지냈다. 나는 아내와

경상도에서 근무할 때 만나서 전라도로 이사했다가 강원도로 갔다가 교육을 받았던 충청도를 거쳐 지금은 경기도에서 지내고 있다.

19평짜리 오래된 군인 아파트 5층에서 살 때는 보일러는 켜놔도 19도 이상 실내온도가 되질 않았었다. 그래도 배수는 잘 돼서 좋았는데 양평에서 지낼 때 같은 평수 1층에서 살 때는 발코니에 아이스링크장이 있었다. 위층에서 내려오는 세탁기 물이 얼어

발코니를 얼음으로 꽉 채웠었다.

오래된 군인아파트에서는 조금은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도 집이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집을 사고 싶었다. 언제까지 관사에서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동산 투자를 많이들 하니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까지 모은 돈은 없었다. 부동산 관련된 책을 한 달에 다섯 권 정도씩 읽다가 부동산 경매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동네에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서 경매에 관련된 책을 다 읽었었다.


그리고 그냥 패기 넘치게 경매에 도전했었다. 처음에는 재건축이 될 것 같은 군인 아파트와 평수와 연식이 비슷한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았다.

그때 당시 시세는 9천만 원 후반에서 1억 정도인 아파트였는데 경매로 받다 보니 더 싸게 낙찰받았다. 경락자금으로 80%를 받고 신용대출로 20%를 받아 돈이 없이 오로지 빚으로만 집을 샀었다. 맞벌이 었기 때문에 한 달에 나가는 이자는 감당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낙찰을 받고 나서보니 집에 사시던 분이 남편분이 도박을 해서 집이 경매로 넘어갔고 남편분은 참치회 가게를 하셨고 아주머니는 미용실을 하신다고 했다. 사정이 딱하긴 하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돈이 하나도 없이 낙찰받아 모든 게 빚이다 보니 상황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경매로 받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주머니가 집을 도배와 장판, 싱크대를  새 로고 쳐놔서 집 상태가 매우 좋았다. 방이 세 칸짜리 아파트였는데 한 개는 방이 너무 작아 방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공간이었는데 그 방을 터서 주방을 넓혀놓은 집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쪽 부부께서 노모를 모시고 살다 보니 세면다가 불편하다고 하여 세면대를 없애고 앉아서 씻을 수 있게 개조해놓은 게 아쉬웠다. 효심 깊은 부부를 보면서 안타까웠지만 우리 형편도 똑같았다.

그래도 거기서 사시던 분들이 월세를 제안해 줘서 보증금 1000만 원에 35만 원 세를 받게 되었다. 살고 계시던분들이 계속 살면서 일이 잘 풀려서 생각보다 쉽게 내 집을 샀었다. 보증금으로 신용대출을 갚고 명절에 들어오는 돈과 월급을 합쳐서 신용대출을 3개월 정도만에 다 갚았고 집담보대출받은 거는 균등상환으로 월세에서 나오는 돈으로 갚아나갔다. 몇 년이 지나다 보니 빚도 자연스럽게 갚아지면서 집 값도 올라갔다.

19평짜리 아파트였지만 나는 내 집을 가졌고 거기서 이윤이 나고 있었다.

그렇게 집값이 조금 더 올라 대환대출을 받아 빚을 늘렸지만 조금 더 받은 대출을 통해 차를 샀었다.

어릴 때 꼭 가지고 싶던 집을 나는 경매로 샀었다. 그 후로는 11평짜리 원룸형 아파트를 낙찰받았고 또 매매로도 샀었다.

월세를 받다 보니 남들보다 월급이 한 번 더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비록 작은 아파트들이었지만 등기부등본이 늘면서 마치 인생에 훈장처럼 뿌듯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그 집들을 다정리 하고 우리 집 한 개를 가지고 살고 있다. 물론 꾸준히 부동산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이 있어 내 집을 꼭 가지고 싶었는데 젊었을 때 패기로  샀던 집이 모체가 돼서 그래도 꾸준히 살 수 있는 내 집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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