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플로리다 #1
내 남편은 미국인. 그는 원래 한국을 잘 알지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한국 음식을 먹고, K-pop 을 듣고, 미국 직장을 정리한 후 한국에 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오로지 나와 함께 하기 위한 선택이다.
때문인지 한국에 온 후 그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나보다. 어린아이가 세상을 배우듯 그는 한국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어느 날, 남편이 물었다.
“한국인은 아침으로 뭘 먹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쌀밥에 김치, 국, 그리고 몇 가지 반찬들.”
“점심은?”
“쌀밥에 김치, 국, 그리고 몇 가지 반찬들.”
이쯤되니 뭔가 이상했다. 남편이 의아하게 다시 물었다. 그럼 저녁은? 하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쌀밥에 김치, 국, 그리고 반찬….”
남편이 당황해했다.
“똑같아? 차이가 없어?”
한국 아침, 점심, 저녁에 차이가 있던가? 물론 아침에 라면을 먹거나 삼겹살을 먹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래도 큰 차이없이 먹지 않나? 그래서 나는 의아했다. 그럼 미국은 달라?
“응. 달라. 난 가끔 미국 아침식사가 그리워.”
플로리다에서의 아침식사
앞 챕터에서 이야기했듯, 내 남편은 게스토니아에서 태어났고,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플로리다에서 보냈다. 유치원 무렵부터 사춘기시절까지 지냈던 곳이라서인지, 남편에게는 게스토니아보다 플로리다가 더 고향처럼 느껴지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나면 남편은 늘 나를 데리고 플로리다로 왔다. 그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곳이자,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한 플로리다.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이곳에서의 느긋한 아침식사를 그는 좋아한다고 했다.
그에반해 언제나 바쁘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살아온 나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식 아침이 그립다는 그의 말도 공감하지 못했다. 내가 플로리다에 오기전 까지는….
해변의 아침 레스토랑
여기는 플로리다 해변에 있는 한 레스토랑이다. 일출이 유명한 플로리다 답게 우리는 이른 아침 일어나 호텔 발코니에서 붉은 보석빛의 일출을 보고 걸어서 주변 레스토랑에 간다. 시간은 오전 7시. 한국 기준 이른 듯 하지만 보통의 미국 아침레스토랑은 보통 이시간쯤 문을 연다. 이날 우리가 찾은 레스토랑의 이름은 블루베리머핀. 레스토랑엔 이미 많은 손님들이 와 있었다.
미국식 아침식사의 기본은 고칼로리의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커피이다.
탄수화물은 빵이나, 스콘, 머핀 혹은 그리츠(옥수수로 만든죽)를 먹고, 단백질은 달걀, 베이컨, 소세지 등을 먹는다. 세트 메뉴로 구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아침 식사는 이 조합 중 몇가지를 선택해서 주문하는 형식.
블루베리머핀 레스토랑의 가장 저렴한 메뉴는 7.69 달러 짜리 클래식 세트. 소시지나 햄없이 달걀과 탄수화물로만 구성되어 있다. 탄수화물은 홈메이드 프라이, 토스트, 머핀, 혹은 그리츠 중에 선택하면 된다. 그외 햄, 소시지나 스테이크, 연어등이 추가되는 메뉴는 가격이 올라가며 보통 20달러 정도 된다.
가장 저렴한 메뉴가 2024년 환율로 1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 미국 비싸다더니 생각보다 괜찮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미국에서는 메뉴판 가격을 그대로 생각하면 안 된다. 보이는 가격에 텍스와 팁을 더해야 진짜 가격이 나온다는 것. 텍스는 주마다 상이하며 팁은 보통 15~20퍼센트를 생각하면 된다.
남편은 토스트와 베이컨, 달걀, 그리고 그리츠(옥수수죽)를 주문했고, 나는 달걀과 그리츠, 소세지 그리고 머핀을 주문했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잼은 뭐가 있나 살펴본다. 아침식당엔 늘 각종 잼과 젤리, 소금, 후추 등이 놓여있다.
빠르게 서빙된 우리의 아침식사. 남편이 주문한 토스트와 베이컨, 달걀, 그리고 그리츠(옥수수죽).
내가 주문한 달걀과 그리츠, 소세지, 그리고 머핀. 달걀은 어느정도 굽기인지 선택할 수 있으며 소세지는 치킨 소세지 돼지고기 소세지 등 고를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하다.
머핀은 가게이름을 따라, 블루베리 머핀으로 주문했다.
한국 레스토랑과 다른 점이라면, 미국 레스토랑(특히 아침)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웨이터(혹은 웨이트리스)가 와서 끊임없이 잔을 채워준다는 것이다. 잔이 비지 않아도 커피를 계속 채워 커피가 식을 틈이 없다. 그리고 계속 ‘괜찮아? 더 필요한거 없어? 하고 묻는다.
이 말은, 정말 더 필요한 게 없는지 묻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내 팁 잊지마!' 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아침식사를 즐긴 후 레스토랑을 나섰다.
아름다운 플로리다의 풍경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일출을 본후 아침 레스토랑으로 걷는 것, 진한 커피와 따뜻한 아침메뉴를 먹는 것,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포만감과 함께 여유롭게 바다냄새를 맡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이 남편의 미국식 아침식사가 아닐까 하고.
남편이 한국과 나를 배우듯 나 역시 매일 미국과 남편을 배운다. (*)
글/사진 다이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