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 게스토니아 이야기 번외편
건축가의 집
내 시어머니의 아버지는 건축가셨다. 그리고 이집은 그분이 지으셨다. 한동안 한국을 강타했던 단어 미드센트리 인테리어의 원조, 진짜 미드센트리에 지은 집. 때문에 시어머니 기준에는 구시대 집일 수 있지만 한국인인 내 기준엔 최신유행인 집처럼 느껴졌다.
시부모님을 만나고 보와 뛰어놀곤 했던 곳.
가끔 야생거북이도 보고, 닭들도 보고
시어머니가 키우는 꽃들도 구경했다.
실내엔 어머니의 그림, 사진 등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사실 남편의 추억은 그리 많지 않다.
남편의 유년기는 게스토니아에서, 그후 청소년기까지는 플로리다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이 집은 자식들이 모두 성장하여 떠난 후 온 곳이기 때문에 오로지 두분만의 집이었다.
동네구경
남편과는 둘이 손잡고 동네를 자주 걷곤 했다. 사진 속 말표지판은 자기네가 말을 키우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처음엔 말을 가축으로 기르는 줄 알았는데, 시골엔 말을 개고양이 키우듯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동네 말 울타리엔 경마장에서 볼 것같은 큰 말도 있고, 조그맣고 귀여운 포니도 있고, 포니보다 작은 미니미 말도 있다. 말을 키우는 건 나의 로망인데, 과연 이번 생에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라. 평생 이런 하늘을 보고 사는 미국인들이 미세먼지가 뭔지 알까?
도로를 걷다보니 지나가는 차들이 우리에게 인사 한다. 몇 대도시를 제외하고 미국인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참 잘한다.
나는 이 아름답고 친절한 시골에 살아봐도 좋겠다며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하지만…. 역시 나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시골에선 살기 힘들 것 같다. 백화점이나 큰 병원이 가까운 것도,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나는 좋아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도시를 좋아하고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역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다. 때문에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보면 종종 풀로 뒤덮인 빈집을 보게 된다.
때문에 시어머니가 집을 파는 것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그래도 유명건축가가 예쁘고 튼튼하게 지은 집이니 새로운 가족이 이 집으로 들어올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어떤 사람들이 오게 될지 몰라도, 이 곳에서 행복한 삶과 좋은 기억을 남기길 바란다. (*)
글/사진: 다이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