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이앤 Jul 05. 2024

미국 애니메이션 축제, 애니메이즈먼트에 간 한국여자

덕은 언제나 하나!

휴덕은 있으되 탈덕은 없다고 했던가요. 비록 회사 생활을 하기위해 오타쿠가 아닌 척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씩 솟아나는 본성은 숨길 수 없을 때가 많아요. 이를테면, 좋아하는 애니나 게임을 볼 때라던가, 좋아하는 취향의 옷을 입은 사람을 볼때라던가 말이에요. 하지만 취향을 티 내지 않고 점잖은 체 하기만 하면, 사람들은 나의 덕을 모르고 지나가곤 하죠. 멀쩡하고 지적여 보이는 외모도 나의 본모습을 숨기기에 한몫하거든요.


그런데 나의 피앙세는 달라요. 나를 꿰뚫어보고 언제나 지지해줘요. 내가 “프릴이 달린 원피스”나 “ 리본이 달린 양말”을 살 때도, 넌 입을 수 있어! 진짜 잘 어울려! 하고 응원을 해 주거든요. (입지는 못 하고 소장만 하지만요.)



그런 그가 나를 위한 맞춤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해주었어요. 물론 장미꽃과 초콜릿을 주는 이벤트도 자주 해주지만 이번은 그 성질이 달랐죠.


시청인지 의회인지 가물가물 하네요

바로 한국 오타쿠 여성을, 미국 오타쿠들의 모임! 애니메이션과 게임과 만화와 모든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데려가 준 것이죠.


일본에 코미케가 있고 한국에 코믹월드가 있듯이 미국엔 애니메이즈먼트가 있어요. 물론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한 미국 만화 행사는 코믹콘이지만, 그건 샌디에고 에서 열리니까 동부사람들이 모이긴 힘들잖아요. 미국은 지역이 큰 만큼 각 지역마다 자체적인 행사가 많거든요. 애니메이즈먼트는 캐롤라이나 지역 중심의 만화, 애니, 게임 등 서브컬쳐 행사예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랄리에 도착했어요. 랄리는 공항이 있는 도시로 노스캐롤라이나의 주요 도시 중 한 곳이에요. 채플힐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고요.

이른 아침 출발하여, 행사가 열리는 랄리 컨벤션 센터에 도착했고요. 미리 예약한 티켓을 찾았어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리는 애니메이즈먼트와 한국 코믹월드의 가장 큰 차이라면, 입장료부터가  달라요.


지스타, 일러스트 페어 등의 한국 행사 입장료가 보통 2만원 이하고요. 코믹월드는 안 간지 오래라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초창기 여의도 코믹월드 2천원 시절에 다녀본 사람입장에서… 얼마인지 확실히 몰라도 미국보다는 훨씬 싸다고 확신해요.


미국입장료는 100달러가 넘어요.  요즘 환율로 1인당 약 15만원 정도 될거예요.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입장료가 비싼가 할텐데, 막상 와보면 이해 될거예요. 컨벤션 센터 전체에서 진행되는 행사 내부에는 각 층마다 수십개의 컨퍼런스가 동시에 열리거든요. 게스트는 안내 책자를 보고 원하는 컨퍼런스에 참여하면 되는데,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해요. 유명한 일본 성우가 초대 되기도 하고, 신규 앱 광고, 애니메이션 상영회, 코스프레 만들기 콘테스트, 일본어 배우기,심지어 메이드카페 오픈하기 수업도 있어요.  

저는 신기함에 메이드카페 컨퍼런스에도 가보았어요. 그곳엔 실제로 메이드카페를 오픈 한 20대 친구들이 주르륵 앉아서 어떻게 오픈을 해야하는지 비즈니스 강의를 해주는 형식이었고요. 시간상 다 듣지는 못했지만 인상적이었어요. 컨퍼런스를 여러개 보고, 중앙에 있는 게임 센터에서 고전게임이나 철권도 해보고 오전을 풍족하게 보냈죠.





그리고 휴식시간을 가질 겸 나와 주변을 돌아보았어요.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요.


커피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요. 출입증만 가지고 있으면 행사장은 자유 출입이에요.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코스프레 하고 온 게스트도 많이 만났어요. 사진은  한창 푹 빠져서 본 스타워즈 스핀오프 시리즈, 만달로리안의 딘자린를 만나 사진 한장 찍었어요. 센스있게 그로구도 데리고, 음성변조기도 사용하더라고요. 딱 딘 자린의 목소리였어요.

그리고 행사장에 다시 돌어왔죠.



이번엔 컨퍼런스가 아닌 마켓에 들어왔어요. 지하 대형홀에 열린 마켓엔 한국 일러스트페어나 코믹월드처럼 자신들의 책과 그림, 굿즈를 파는 공간이 있었어요. 체감상 일본풍 일러스트가 인기였어요. 이곳은 일러스트레이터 외에도 핸드메이드제품 파는 사람, 도매로 물건 떼다가 파는 사람 등 다양하게 있었어요.

그리고 제 기억에 한국 코믹월드는 도검류 반입금지인데, 여기는 진짜 칼을 팔더라고요. 진짜  지나가는 동안 너무 무서웠어요.





여긴 음악행사장이에요. 무슨 악기인지는 모르지만 일본인 연주자의 무대 였어요. 일본 전통 악기 같았고 초대받아 미국 까지 온것 같은데 멋있긴 하지만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다른 게스트를 구경하는 즐거움은 있었어요. 얌전히 앉아 있는 앞좌석의 스파이패밀리 옷입은 여학생 보이나요?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왔더라고요. 이 여학생 외에도 10대 친구들은 보호자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마지막은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부른 밴드의 콘서트예요. 이분들은 작년에도 왔었고 내년에도 불러주길 바란다며 열심히 노래하고 갔는데, 완전 흥분의 도가니였어요.



콘서트가 끝나니 늦은 밤이 되었어요. 하지만 애니메이즈먼트의 컨퍼런스는 늦은밤까지 이어져요. 밤시간은 성인용 콘텐츠가 대부분인데, 아쉽게도 여권을 들고가지 않아, 신분 증명이 안되어 들어가보진 못했어요. 성인 콘텐츠라곤 해도 과격한 애니메이션 상영회 등 정도일거라고 예상해요. (사실 안 들어가봐서 모름)


미국 애니메이즈먼트의 하루는 이렇게 끝이났어요. 채플힐로 돌아가 피곤함에 기절했지만 아주 행복했던 날이에요. 혹시나 다음번에 또 간다면 리본달린 드레스는 꼭 입고 가고 싶어요. 여긴 나같은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니까요(*)



백팩에 시선을 뺏긴 사진. 나도 갖고싶어!


이전 07화 노스캐롤라이나 더럼 Durham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