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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 Jun 21. 2024

한국-미국 롱디를 이겨낸 고행의 국제커플

UNC 캠퍼스 이야기 3번째

롱디는 고행이예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원거리 연애(일명 롱디, Long Distance Relationship)는 어려운 거예요. 때문에 많은 커플이 롱디를 중도 포기 하죠. 믿음을 갖는 것도, 함께 하는 느낌을 받는 것도 모두 어렵거든요.


우리는 미국과 한국, 각자의 나라에서 지내며 연애 했어요. 손을 잡을 수 있는 피지컬 데이트는 가끔밖에 없었지만 우리는 늘 함께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현재는 롱디를 청산하고 한국에서 함께 지내고 있지요.


비법이 뭐야? 하고 묻는다면, 그냥 믿고 사랑하라예요. 믿음과 사랑에 이유 따위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롱디를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묻는다면 나는 버츄얼 데이트를 꼽고 싶어요.


Virtual Date?


아침 기상, 모닝커피, 식사, 출근, 직장 생활, 퇴근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모든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하는 거예요.



캠퍼스 내 카페에서 그가 보내준 흔들린 커피 사진


내 약혼자는 미국 UNC(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일 해요.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리서치를 하는 교수이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죠. 때문에 그는  거의 매일 캠퍼스의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늦여름 UNC 상징물 앞을 선책하던날, 그리고 커피를 마시던 날.



봄을 지나 여름이 되고 태풍이 불고, 가을이되어 낙엽이 지고 겨울이 되고 다시 다음 봄이 될때까지 캠퍼스의 나이듦을 나는 그와 함께 지켜보았죠.




졸업식같은 큰 이벤트가 있을 때, 조명설치를 하느라 학교 구석구석을 막아놓는다던가,


그이가 보내준 사진으로 그린 수채화. 봄날 벚꽃과 그이의 가방.


벚꽃이 교정에 만발했다던가 하는 모든 시간을 그이는 내게 알려주었거든요.



심지어 학교의 매우 구석진 곳들도 소개해주었어요. 나는 덕분에 많은 곳을 볼 수 있었어요.


학생들이 키우는 농산물. 가져가도 좋아요


여기는 학생들이 키우는 농지예요.  원하는 사람은 수확해 갈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 UNC에 갔을 땐 항상 수확철이 아니라, 익은 토마토를 직접 본적은 없어요. 때문에 학생들의 토마토는 전설의 유니콘 같은 존재였죠. 이거 혹시.... 주작아니야....? 싶은 그런 거요?



캠퍼스 한켠 담벼락을 담은 사진엔,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 이라는 글자 외에 피앙세의 손 그림자도 담겨있어요.


늦여름인지 봄인지 모를 사진


매일 하는 긴 산책에서 아름다움 풍경이 있으면 늘 보내주었어요.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모든 생활을 함께 하는 기분이 들도록요. 


이른 봄 캠퍼스


캠퍼스의 계절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같은 감정들을 느꼈어요. 함께 있는 것 만큼이나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친밀감을 느끼는 데 주요한 인자가 되거든요. 


때문에 혹시라도 누군가 롱디를 한다면, 내게 롱디를 버틴 비결을 묻는다면, 나는 버츄얼 데이트를 추천할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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