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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 Jul 13. 2024

미국 남자의 한국 이민선언



(당시) 남자친구가 나를 위해 한국으로 온다고 했을 때, 모두 이렇게 물었어요.


"왜? 네가 가지 않고?"


그는 미국에서 명문대 교수였고, 나는 한국에서 평범한 회사원이니 사람들은 내가 당연히 미국으로 가야 한다고 여겼어요. 혹여나 내가 회사 하나쯤 물려받을 부잣집 딸이라면 말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당시 나는 그냥 바이오테크 회사원이었거든요.  

나는 대답했어요.


“나 아직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해외 유학시절을 제외하고 나는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고, 외국인과 교제를 한 것도 이번에 처음이에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파리나 런던에서 1년쯤 살아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해외살이에 로망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나의 어리숙한 대답이 못 마땅한지 사람들은 어느순간 내 남자친구를 의심의 눈길로 보기 시작하더군요.


"이거 수상하다. 그 사람 미국에서 사고치고 한국으로 도망가는 거 아냐?“

"그래.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미국에서 그 좋은 직업 두고 왜 (너하나만 보고) 한국으로 온다는 거야??"


사람들은 나와 그이를 두고 점수를 매긴 모양이에요. 그들의 계산법에 의거하면, 그의 점수(?)가 내 점수(?)보다 훨씬 높아서 무슨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그런 미친 짓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죠. 막말로 성공하기 위해 여자친구를 버리는 건 있을 법해도, 여자친구 때문에 자신의 성공을 버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요.


참 한국인 다운 생각이죠. 물론 나도 한국인이라 그들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런 남자(너보다 높은 점수를 가진)를 만난 건 복이니까 더 업그레이드 되는 삶을 위해 미국으로 가거라’


혹은


그런 남자(너보다 나은 스펙의)가 오는 건 분명 남자에게 하자가 있거나 검은 속셈이 있는 것이다.’


남의 행복에 식초 뿌리는 소리를,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너를 위한 이야기 라는 포장으로 마구 해 대더군요. 하지만 만약 내게 오지랖 넓게 굴던 사람들이 행복에 겨워 보였다면, 나도 어쩌면 그들의 말이 일리있다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정확한 사실은 그들은 행복하지 않았거든요. 늘 불평했죠. 내가 이렇게 하는데 내 남편(와이프)는 왜 이러는 거야? 하고요.


때문인지 사람들 말에 타격은 없었어요. 불행한 사람들이 하는 행복에 관한 조언은 전혀 힘이 실리지 않았죠. 다만 생각은 해봤어요. 내가 진짜 미국에 가야하나?

내가 꼭 한국에 살 필요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에 갈 이유도 없었죠. 그래서 그에게 미국으로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에요.(한국에 꼭 있을 거란 말도 하지 않았어요) 롱디는 언젠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니 같이 고민해보자, 이런 생각일 뿐이었는데, 그가 내게 먼저 말했던 거예요.


“내가 한국으로 갈게.”


좋은 커리어를 포기하고 나라를 옮기는게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그는 단호하게 결정헸어요.

그이는 평생을 타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어요. 머리가 좋았던 그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고등학교때부터 칼리지에서 수업을 들었고, 가족들의 뜻에 따라 학위를 받고 MIT에서 교수직을 얻었어요.  그후 학생들을 가르치고, 리서치를 하고, 일어나서 부터 잠들때까지 일을 해서 성공한 남자가 되었죠. 하지만 그는 말해요.  

“나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하느라 내 평생을 낭비했어. 이제부터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살고 싶어. 나의 행복은 너와 함께 있는 거야.“

그래서 그가 한국에 오게 된 거예요.


나는 너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사는거야.  이제 내 목표는 너야.


그는 11만 킬로미터가 떨어진, 14시간 시간 차이가 나는 지구반대편으로 왔어요. 미국 집을 정리하고 둘이 함께 살 한국 집도 계약하고 직업도 찾았죠. 물론 쉽지는 않았어요. 한국은 이민자들이 쉽게 정착하기 어려운 곳이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의심했거든요. 그런 커리어를 가지고 왜 한국에 온거야?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아냐? 하고요. 하지만 타인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함께 있어 진정 행복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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