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지 May 26. 2024

우울함 뒤에 발견한 후회되는 과거

이제라도 후회 없이 살면 돼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와중에 여러가지를 깨달은 게 있다.

나이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마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에 발견한 '현재의 나'의 모습이 더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 혼자서 고생하신 엄마를 위해서 항상 착한 딸이고만 싶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고민 상담조차 못하고 그저 엄마를 여러 방면에서 돕는 착한 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빨래나 청소같은 집안일은 최대한 내가 하고, 어버이날, 생일과 같은 기념일에는 이벤트로 이것저것 챙기기 바빴다.

병원을 다니면서 쉬는 약 8개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일하면서 꾸준히 돈을 보탰다.


엄마에게 보탠 돈을 제외하고는 내가 남김없이 열심히 썼다.

친한 지인 중에서는 부모님의 이혼, 재혼 등 나와 같은 가정사를 겪은 동생들이 많다.

나는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었지만, 그 친구들에게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동생들 맛있는 걸 사주고 챙겨주는 데 많이 썼다.

다른 지인들은 혹시나 중학교 때처럼 그런 친구가 있지 않을까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돈을 잘 쓰고 선물을 잘 주는 친구로 옆에 계속 남고 싶어 했다.

한마디로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려고 했다.

거기다 술에 빠져 살다 보니, 그렇게 열심히 일했지만 남아있는 돈이 없었다.

경제관념이 한없이 부족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사람이 고팠는지, 사랑이 고팠는지.

여러 방법으로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일도 여러 곳에서 다니면서, 앱도 여러개 하면서, 술도 밤새 마시면서.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 되면서 '관계'를 너무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다.

'난 많은 사람들 알고 있으니까~'

이런 생각에 누군가 잘못을 한다면 이야기하면서 풀기보다는 바로 뒤돌기 바빴다.

주위에 있던 몇 백명의 사람들이 이젠 얼마 남지도 않았다.

여러 사람에게 다가갈 용기를 가지기 전에, 속상하거나 서운한 부분을 솔직하게 풀 용기를 가져보는 게 어땠을까.


대학을 빨리 졸업하고 얼른 돈을 벌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대학 졸업하면 취업이 쉬운 줄만 알았던 건 내 착각이다.

역시 현실은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고.

거의 쉬지 않고 일하기는 했었지만,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그 부분을 잠시 해소해 줄 수 있는 '직장'을 찾은 것뿐이었다.

시간을 허비한 것만 같았다.

뭐든 도전하면 잘할 수 있었을 초반에.

늦게나마 꿈을 찾아서 노력하고 있는데 늦은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하기만 하다.


'후회'는 지금까지 방황하기만 했던 나에게 주는 벌이라고 생각하고,

이제부터 후회 없이 살아보려고 한다.

이전 08화 우울함이 나를 집어삼킬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