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면접에 떨어질 것 같아도 피하지 않고 늘 면접장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매번 "다시 만날 사람이 아닐 수도 있으니, 내 이야기를 후회 없이 다 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인터뷰 중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면접관의 관심과 동기에 비추어 볼 때 면접관이 어떤 답을 할 것인지 완벽하게 머릿속에 그리지 않은 채 인터뷰에 가기보다는 사무실 앞 복도에서 인터뷰 전 두 시간 동안 서성거리며 생각하는 편을 택하였다."_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이 구절처럼 면접을 준비 없이 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최소한 면접 전에 1시간 이상은 지원한 회사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면접 후기와 퇴사자 리뷰, 채용 사이트에 나와 있는 정보, 그리고 관련 뉴스 기사까지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이런 사전 조사가 쌓이면 자연히 할 이야기와 질문도 많아지게 마련입니다. 대기업처럼 큰 규모의 회사는 경험이 없었지만, 제가 본 열 번의 면접 중 일곱 번은 합격했습니다. 떨어졌던 경우도 면접에서의 실수라기보다는 다른 이유들이었지만, 이는 이번 글의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어 넘어가겠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 주제와 관련된 특별한 경험을 하나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당시 저는 헤드헌팅 회사 정보를 보고 그곳이 내가 지원하려던 회사라고 착각해 지원서를 보냈습니다. 얼마 뒤 서류 합격 문자가 도착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지원한 곳이 제 전공과 경력과는 전혀 관련 없는 신재생에너지 자문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면접을 망설였지만, '운명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바꿨습니다.
면접관과 제대로 대화하려면 최소한 기본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회사가 다른 기업과 협약을 맺었다는 뉴스 기사도 읽어보고, 홈페이지도 꼼꼼히 살폈습니다.
줌으로 진행된 면접은 집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긴장보다는 편안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1대 1 면접으로, 질문과 답변이 자연스럽게 오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합격이었습니다. 훗날 면접관님께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왜 저를 뽑으셨나요?" 면접관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면접을 진행하면서 저도 모르게 팬지님에게 계속 끌렸어요."
돌이켜보면 면접관님과 저는 좋은 상호작용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사실 제가 이 회사를 잘못 지원했습니다"라고 고백했음에도, 면접관님은 웃으며 제 이야기를 경청해 주셨습니다. 면접의 분위기가 딱딱하거나 권위적이지 않았던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면접관님은 제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하셨고, 따뜻한 미소와 긍정적인 반응 덕분에 더욱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잘못 지원했던 회사에 합격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Q. 저희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알고 있나요? A. 이 회사에 지원하기 전까지는 신재생에너지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원한 회사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신재생에너지라는 분야에 대해 따로 공부도 했습니다. (이후 조사하고 공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Q. 가장 오래 일한 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동료들이었습니다. 사회생활 초반, 근로계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업무 강도도 매우 높았지만, 매일 만나는 동료들이 큰 힘이 되어주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곳이 제가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이 되어있었습니다.
Q. 일에 대해 모르는 부분은 자세히 설명드리겠지만, 혹시 저희가 바빠서 힘든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A. 제가 가장 오래 일했던 회사도 늘 바쁜 곳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일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더라고요. 모든 일을 하나하나 다 배울 수는 없으니,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혹시 질문 없을까요? 궁금한 사항이라던지... A. 음... 이 면접만으로 충분합니다.면접관님을 뵈니 궁금했던 점이 모두 해소된 것 같습니다.
직장 내에서 동료들과 회사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항상 느껴왔던 저에게, 면접관님의 태도와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5분이 넘는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고 약 4시간 뒤,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사실 정말로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걸 증명하듯, 면접관님은 이후 저에게 좋은 상사가 되어주셨습니다. 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면접관님께서 충분히 알고 계신 내용이었지만, 일부를 질문하시면서 제가 준비한 이야기를 이끌어내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더 잘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면접 준비를 더욱 꼼꼼히 하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제가 드린 보고서에 대해 "이 부분은 이렇게 대체하면 좋겠다"며 제안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면접관님의 그런 태도 덕분에 면접 과정부터 회사 생활까지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졌습니다.
면접관님 외의 다른 동료들 역시 따뜻하고 배려심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중소기업을 깎아내리며 사용하는 '좋소'라는 단어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함께했던 분들은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완전히 깨주셨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서로 돕고 성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제가 가진 편견이 부끄러웠습니다.
면접관님과 회사에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짧은 15분 면접이었지만, 진솔한 대화가 좋은 상호작용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도 면접관님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심 어린 태도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만든 특별한 인연,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