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도망자 08화

아픔을 안고,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연민, 이해, 그리고 사랑

by 온결

나는 나의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원망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나는 나의 부모님을 어떻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아프고 힘든 부모님이었지만,

한편으론 애쓰셨던 모습도 떠오른다.

그래서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

나의 마음이 죄스럽고, 무겁게 느껴진다.


억지로 마음을 움직이고 싶지는 않지만,

내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게,

부모님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 부모님은 모든 것이었고,

절대적이며 전능한 존재라고 여겨졌었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품’이었다.


내 안에 남은 기억은 사랑의 기억보다는,

아픔, 외면, 두려움, 불안함, 슬픔, 외로움으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나는,

어린 시절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의 이해, 인정, 관심, 사랑을 받고 싶어 애쓰고 또 애썼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또 다른 상처였고,

나는 마음의 문을 더 깊이 걸어 잠그게 되었다.


이제 나도 성인이 되었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지금,

나에게도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처 자라지 못한 내 안의 아이가

감정을 다루지 못하고, 사랑하는 법을 몰라

아이보다 더 아이처럼 행동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내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랐고,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사랑하는 법도 서툴렀던 것이다.


아이를 이해하기보다는

나의 마음이 더 앞선 행동으로

아이를 대할 때면

내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


그렇게 나는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아이와 같은 내 모습을 마주하며,

그래도 부모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조금씩, 그렇게 자라고 있다.


그리고 다시, 나의 부모님을 떠올린다.

부모님도 그러셨으리라.


사랑받지 못했지만,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서,


아팠지만, 그 아픔을 존중받지 못해서,

그저 ‘이해하려고만’ 애써야 했기에.


사랑받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부모님을 사랑하려 애써야 했고,


그 결핍된 사랑이

자식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사랑하고 싶었지만, 사랑할 수 없었던

나의 부모님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픔을 안고,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많이 애쓰셨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무조건적인 부모님에 대한 사랑보다는

저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하며

제 마음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것입니다.


부모님을 향한 마음도

이제는 제 마음이 원하는 만큼,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천천히, 진심을 담아 전하려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도

그 누구보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저는,

부모님을 절대적이고 전능한 존재가 아닌

아팠고, 힘들었고, 상처받았지만

자신의 아픔을 외면한 채

스스로를 안아주지 못했던 ‘한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부모가 되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유를 내려놓고

어떻게든 자식을 키워내려 애썼던,


서툴고 미성숙했지만,

그래도 애쓰며 살아냈던 한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나는 부모님의 자녀이지만,

자녀로서가 아닌,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입장으로서,


내 마음속 품 안에서

미처 다 자라지 못한

그 시절, 부모님 안의 그 아이를


‘그래도 애썼다’며

따뜻하게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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