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도망자 07화

나의 마음에 묻다.

by 온결


나는 내 인생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성인이자,

한 아이의 부모이다.


그런데 내 가정을 흔들고, 나를 휘두르던 그 불안 안에서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


더는 되돌이표처럼 같은 걱정을 반복하며 살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문제를 진짜로 해결해야만 할 때라고 느꼈다.


결국, 나를 가장 괴롭혔던 ‘믿음’이라는 문제를 두고

나는 내 마음에게 역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래, 네가 그렇게 불안해하는 그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니?”

“넌 그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명확하게,

나의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를 휘감던 감정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나는 나에게 다짐해본다.


일어나지 않은 일로 불안에 잠겨

불행 속에 살기보다는,

지금 이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 안에서

후회 없이 사랑하자.


그리고 남편과 함께하되,

혼자서도 괜찮을 수 있는 고독력을 키우자.

나도 언제나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함께 노력해주는 남편을 더 신뢰하고 믿자.


혹시 또다시 불안이 눈 앞을 가려

믿음을 잃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자.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느꼈다.


믿음은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믿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내 믿음의 뿌리는 의심을 버리고 믿는 데에서부터 생긴다는 것을.







– 도망자, 마음의 문제에 원인을 알다



나를 되돌아보며 써 내려간 글 속에서,

나는 문득, 내 곁에 있는 아이의 모습이 곧 나 자신의 과거와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정보육을 하며 아이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다 보니,

그 변화들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던 내 감정과 행동들이

사실은 애착 형성 시기의 전형적인 반응과 닮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양육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기만 해도 불안해하고, 울며 분리불안을 느낀다.

항상 곁에 있어주길 바라며,

양육자의 표정, 말투, 목소리 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따라 안정감을 느끼기도,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그 시기의 아이가 느끼는 감정들—

그게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내가 겪어온 이 깊고도 복잡한 감정들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수십 년 동안 나를 붙잡고 흔들던 이 감정의 뿌리는,

어쩌면 부모님과의 애착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시절, 충분히 안정적인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때의 어린아이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성인이자 한 아이의 부모이다.


이제는 내가 나를 돌보고, 다독이며, 다시 나를 키워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키워내는 일은,

사랑하는 아이의 부모로서

내 아이에게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나의 감정의 뿌리를 물려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아이 역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그 불안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나를 오랫동안 힘들게 했던 이 마음의 고질병.

그것이 얼마나 나와 상대에게 아픔을 만들어내는지를 이제는 알고 있기에,

내 아이를 더 이해하고, 더 공감하고, 더 사랑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떨어져 있는 내 아이를 다시 만나는 날이 온다면,

그날에는 나의 입장보다 먼저,

그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깊이 알아주고,

그 마음을 진심으로 안아주고 싶다.


고통스럽기만 했던 도망자 시절.

벗어나고 싶기만 했던 '가족'이라는 울타리.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다르게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늘에서 벗어나기보다는

그 그늘이 잠시라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가정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가정 안에서 치유하고, 성장하고,

사랑을 배워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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