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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프란츠 Jul 09. 2024

여행의 기술

도시의 문장


내가 푸석해진 것을 잡으려 할수록 잘게 다. 싸늘한 바람이 돌연 불어와 부서진  쓸어다. 내게서 마음 사라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간단히 짐을 추슬러 행을 떠나는 이었다. 그때 내 손에 들어있던 캐리어 가방은 . 


공항 전광판엔 가보지 못한 세계의 도시 표시었다. 누군갈 찾는 소리 뭉치처럼 웅성거렸다. 활주로에선 거대한 동체 조금씩 움직다. 단거리 선수처럼 질주하던 비행기가 힘껏 하늘 위로 솟구쳤고, 딱히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한 건 아니었지만 긴 여행이 될 것 같았다. 뚜렷계획 없이 낯선 풍경을 접을 때 어떤 감정가지게 될 알 수 없었다.


가운 바람이 성을 가라앉히 애매한 감정을 오르게 했다. 27년 전 불었던 바람 지금도 가끔 내 마음에 불 때가 있다. 부유하는 감정을 붙잡기 위해 낯선 장소를 야 했다. 낯설어야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행을 떠나는 까닭이다.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낭만을 즐길 수도 있다. 뜨거운 사랑고 싶다면  <러어페어>처럼 비행기 필요하다.


비행기는 라이트 형제 이후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빨라졌다. 내 마음이 닿는 곳면 지구 반대쪽이라도 하루 만에 도착한다. 첨단 기술 천사가 아니라도 누구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 만들었다. 하늘을 나는  이제껏 인류가 염원했던 것 가장 고도(高度)의 것일 테다. 과거 날아가는 것을 상상만 을 땐 건축물을 높게 야 했다.       




사람들이 하늘에 오르기 위해 바벨탑을 던 시기, 모든 것들 체계적이었다. 기술과 지식이 듭될수록 사람들은 처음에 탑 쌓는 일에만 몰두했다. 기술과 지식이 진보하는 한 미래의 건축술은 훌륭하고 견고해질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학과 기술이 삶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제공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카프카는 사람들이 탑 쌓기보다 조금씩 자신이 속한 도시를 건설하고 물질을 차지하는  골몰했다고 했다. 그리고 름 위 쳐진 수평선처럼 문명의 이기주의끝이 없었다.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사람들 질투와 싸움을 멈추지 않았고, 투쟁은 점점 병적으로 변갔다. 


하지만, 하늘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존재가 있었다.  우주로부터 우주방사선이라는 에너지 입자들이 끓임 없이 지구를 향다. 그것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승객이나 승무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그러나 우주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향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턱없이 부족다.


우주방사선의 유해성 과학적으로 입증된 게 없으 을 제한하지 않았다. 과학 실험을 통해 증명되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 K를 비롯한 많은 승무원들이 우주방사선에 피복되었다. K  20년간 객실 승무원으로 90% 이상을 유럽이나 미국 등 고위도 노선을 비행했다. K는 유방암 진단받은 후에도 복직해 일을 하다가 뇌, 흉막, 피부까지 암이 전이되어 2021년 초 사망했다.


국토교통부는 '승무원에 관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 규정'을 통해 승무원의 선량한도를 연간 50mSv로 제한했다가 2021년 5월 연간 누적 피복방사선량을 6mSv로 하향시켰다. 이전의 선량한도가 승무원 건강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K는 이전부터 근무했기에 규정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K의 사망 이후로도 보호받지 못 5명 이상의 승무원들이 혈액 등 직업성암으로 사망했다.   




과거 항해자는 반짝이는 별을 보며 여행을 했다. 별은 하늘의 길잡이가 되어 거리와 방향을 안내했다. 별이 없다면 바다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재앙(Disaster)이란 별이 사라진 것('사라진다'의 'dis' + '별'의 'aster')을 뜻했다.


그러나 여행의 기술이 발전하자 더 이상 별은 필요 없게 되었다. 하늘에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신호를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하늘을 수놓던 별은 인공위성에게 자기 자리를 내놓았다. 기술과 지식의 함양은 재앙으로 불리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별이 없어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교만이었을까. 별의 위상만큼 스스로 높아졌다 착각했던 것일까. 여전히 별은 우주방사선을 뿜어대는데 우리는 기술적 낭만에 취했던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난 위험이 없으니까 괜찮다고 여겼다.


재앙은 인과관계 검증지 않아도 찾아온다.  검증되지 않거나 통제되지 않은 재앙을 우리는 단순히 불행이라 부르는지 모른다. 대체로 불행은 '느린 재해'로 오래전부터 누적왔다. 위험에 대한 경고가 수차례 있었지만 기술과 지식에 대한 지나친 낙관 때문에 피할 기회를 놓 것이다.


"어떤 거인이 주먹으로 도시를 짧게 다섯 번 이어 쳐서 이 도시를 부수어 버릴 것이다"라는 말은 바벨탑이 생길 때부터 다.  사라진 게 아니었다. 다만, 마음에서 지웠을 뿐이다. 그리고 카프카가 말했던 거인 아직 살아있.





* 카프카 <도시의 문장> 참조

* 느린재해라는 개념은 <재난에 맞서는 과학, 저자 박진영>에서 가지고 옴

* 사진출처: COPILOT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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