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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프란츠 May 29. 2024

소풍의 이유

산으로의 소풍


오후 1시 5분 전,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 않았는, 냉방장치 동하지 않는 사무실찜통 . 온도계 수은주는 섭씨 31 능선을 했고, 나는 가망  손을 흔들었다. 서서히 달궈지냄비 속 개구리를 상상하고 있을 때, 캄캄한 실내에 조명이 환 졌다. 잠시 카페로 피서를 떠났던 직원들이 플라스틱 얼음컵을 들고 복귀했다. 호두까기 인형처럼 생긴 직원이 둥근 얼음을 우두득 씹어 먹다.


주위를 둘러싼 유리창문은 사무실 안팎의 영역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다. 얼음처럼 투명한 유리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각종 소음과 먼지를 막다. 나는 유리 속에 살면서 외부에서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쉽게 분간할 수 없다. 다만, 어떤 특별한 일 보고서처럼 책상 위에 올, 실제로 일어났던  구체적으로 설명다.  산책고 돌아가는 길에 불쑥 주친 미친개에 대한 이야기처럼 놀랍기만 했다.


우리는 때때로 단단한 콘크리트 더미에 갇힌 채 자유와 해방을 구한다. 야생에서 구원된  어떤 위기 살아남을 수 있다 자신다. 리고 명확한  없 일상 평온 지속리라 믿는다. 그것은 정육점에 진열된 고기처럼 진공 포장되어 빈틈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아무 준비 없이 쉽게 불행을 곤 한다.  


불행한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난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요.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요."  그들 불행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발생하였고, 타당한 이유 없이 온전한 삶을 나락으로 빠뜨렸 주장했다. 누군가 재수 없이 걸 개미지옥은 절망 구렁텅이였다.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을 때, 숨 쉬던 공기 무게 변했다. 강한 돌풍이 불 살려달라 쳤지만, 답답한 숨이 목구멍을 조였다. 제발 곳을 벗어날 수 있  달라고 그들은 기도했다.




얼마 전 김용균 감독의 <소풍>이란 영화를 았다. 70대 주인공들은 같은 고향에 태어나 각 다른 삶을 살다가 다시 고향에서 만났다. 꽃들 이울고 바람 가멸찬 의 끝에서, 인공들무엇을 남기고 떠날 고민다. 그들은 이제껏 성실히 살았으나 제대로  자신을 돌본 적 없었다. 그래서 파킨슨병이나 지마비 증세는 예상 못했던 자연스러운 상이었다. 스스로 돌볼 수 없 게 중요한 일은 무엇을 남기는 게 아니었다.


카프에게 삶 매우 특별고 소중한 것이었으나, 늘  픔과 통이 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좌절나 절망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다. 모든 게 정말 끝장이 난 듯해도 결국은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 까닭이. 그래서 그는 불행을 못 본 척하는 현실 상관없이 소풍을 떠났다. 멋진 차려입고 옆사람과 팔짱을 끼 산 올랐다.  틈이 벌어 있, 삶은 본래 견고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괜찮다.


주에서 바라보면 리 삶은 쉼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쉼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 인생의 항로를 결정지을 수 있다.  있는  들숨과 날숨일상을 만든다. 그리고 러한 일상은 긴밀하고 느슨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삶 있는 이 세상 아직 아름답다 생각한다. 가꾸지도 않도 정갈고, 박해도 뜻밖의 안식과 평온을 느낄 수 있, 한 줌 햇살만으로 란한 곳 있에, 가는  기쁨이 아슴거린다. 소풍을 가다가 수천 년  방치 돌멩이로 탑 쌓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무언갈 소망할 수 있다.


여행이 스스로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라면, 소풍은 익숙한 세계를 낯설고 새롭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여행을 위해선 준비할 것이 많지만, 소풍을 떠날 때엔 같이 나눌 도시락만 있어도 충분하다. 여행은 고통(travail)을 동반하지만, 소풍은 일상의 해방과 기쁨을 선사한다. 그래서 나는 일상의 절망을 날리고 빈틈을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 소풍을 간다.


소풍에 나섰다가 예고 없 비가 내리면 그대로 맞는 것이다. 절망과 슬픔도 함께 씻겨 것이기에, 내 곁에 소중한 사람이 같이 있는 소풍이라면  언제든 . 타고르의 <기도>처럼,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기보다, 스스로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 게 어떨까.



* 카프카의 <산으로의 소풍>에서 일부 인용

* 그림 출처: COPILOT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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