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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키 Aug 16. 2024

8. 우마카세

봄바람 휘날리며어~ 흩날리는 벚꽃 잎이 이~


가는 곳마다 들리는 이 노래는, 노랫말이 흘러나올 때마다 따라 부르게 되는 봄의 노래다.

초반부 노래 가사가 나오면 안 따라 부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그중에 78년생 3명의 말띠 친구들도 포함된다. 고야가 운전대를 잡은 경형 SUV차량 안에서 들리는 봄의 노래를 들으며 누리, 수지가 음정, 박자는 무시한 채 따라 부르고 있다.


오늘은 일본의 골든위크(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일본의 황금연휴기간)를 맞이하여 수지가 휴가차, 결혼식 준비차, 한국으로 일시 귀국을 하여 4명의 친구들이 모여 곗돈을 쓰는 날이기도 하다.


10년 전부터 아로를 포함한 4명의 친구들은 월 2만원씩 곗돈을 모으고 있는 계모임 일원이기도 하다. 곗돈을 모으기 전엔 4명이 모여 한 끼 식사를 할 때면 매번 지갑을 여는 사람은 유직자로 정해져 있어, 그런 식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다간 이 모임이 오래갈 것 같지 않아 무직자였던 누리가 제안한 것이 곗돈을 모으자였다. 적은 금액이 매월 쌓이게 되면, 이번과 같이 해외체류 친구가 오거나, 경조사가 있을 때, 누가 더 냈네, 덜 냈네,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소비하며 친목을 다질 수 있어 매번 만날 때마다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고야는 월차로 휴무, 누리는 새벽에 시작하여 6시간 병원 청소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온 상태다. 아로는 유치원의 방학이 있는 대신, 월차, 연차가 자유롭지 않아 퇴근 후 저녁 모임에 합류하기로 했다.


저녁 모임에 가기 전에 세 친구는 윤중로의 벚꽃을 보기 위해 목적지로 달리고 있는 중이다.

"주말도 아니고, 평일인데 많이 복잡하진 않을 거야".


고야의 말에 누리와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은 커피를 들고 벚꽃나무 아래를 거닐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그러나...


고야는 공영주차장 진입을 두 번이나 시도하였으나, 끼어들 틈도 없고, 끝이 보이지 않는 주차행렬에 결국 윤중로 입성은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관광버스가 많아 더 복잡하였고, 평일이 이 정도면 주말은 어떨지 상상이 되어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결국 그녀들은 아로가 합류하는 시간까지 여의도에 가까운 백화점 커피숍으로 가서 수다의 장을 벌려 보기로 하였다. 백화점까지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바라본 서울은 굳이 윤중로가 아니어도 어딜 가나 벚꽃 만개였다.







"나 지금 출발해"


퇴근을 한 아로의 전화 한 통화로 세 친구의 수다는 중단되었고,  처음 접해보는 [우마카세]라는 것에 기대감을 안고 아로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한다.


곗돈으로 1인당 15만원이나 하는 한우 우마카세를 마음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니 다시금 모임계 통장을 만들어 놓길 잘했다고 입을 모아 말을 하였다.


"그 집은 주차불가야.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으니까 차 가지고 나왔으면 공영 주차장에 주차해야 해".

아로의 말을 기억하고 고야와 친구들은 공영 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한 후, 우마카세집으로 향했다.


식당 안은 테이블은 없고, 바 좌석의 형식으로 되어 있어, 많은 인원이 앉을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 일 것이다.


제일 먼저 직원이 오늘 먹게 될 한우의 부위 설명을 후 애피타이저부터 시작하여 여러 종류의 한우 음식을 선보였고, 그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먹게 되는데, 그 감탄사 외에는 아무 말이 안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직원이 계속 앞에서 굽고, 만들고 하고 있는 곳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는 것이 꺼려지게 된다.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들과, 조용히 맛있게 먹을 수 있으나 자연스럽게 [잡담 금지]가 되는 곳 / 한우 우마카세  <사진-개인소장용>

애피타이저가 끝나고 아로는 직원이 안심을 굽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오랜만에 한국에 온 수지에게 안부를 묻는다.

"준비는 잘 돼가? 이번에 스드메(결혼식을 할 때 필요한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말) 계약하는 거지?".
"응 스튜디오 빼고, 드레스랑 메이크업만 계약하려고. 오사카에서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해서 찾아낸 곳인데 내일 가서 계약하려고 하는데 시간 되면 같이 가자. 너네도 내일 다 쉬지? 일본도 내일이 근로자의 날인데".

수지의 질문에 고야만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 끄덕임이 무색해진 고야는 눈이 동그래지며, 아로와 누리에게 근로자인데 왜 안 쉬냐며 묻자, 그녀들은 그저 고개만 저으며 다음 음식으로 나온 안심 구이를 입에 넣었다.

소는 여러가지로 이로운 동물이다. <사진-개인소장용>
"우리는 근로자가 아니고 교육자라고 안 쉰 대".

아로의 말이 끝나자 바로 누리가 말을 한다.

"나는... 그냥 청소 알바라서 못 쉬게 하는 듯".

누리의 말에 수지가 너무한다고 말을 덧 붙였지만, 누리는 자기만의 짐작으로 근로자란, 기본적으로 9시간의 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을 근로자라고 하고, 자신 같이 6시간 아르바이트는 근로자에서 제외되는 것 같다고 말을 하였다.

"아니 월급 받고 일하면 다 근로자 아니야?!"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아로가 말을 하자, 옆에 앉아 있는 고야가 테이블 위 고기 접시 옆에 놓인 아로의 손목을 잡으며 고개를 한번 길게 끄덕이며 눈으로 그녀에게 "진정해"라고 말하는 듯하였다.


직원이 마지막 코스로 육회 비빔밥과 소고기 미역국을 내밀자, 눈 맞춤을 하던 고야와 아로는 동시에 음식으로 눈을 돌렸다. 위험하다. 너무 배가 부른데 저 음식을 또 먹어야 한다.

네 명 모두 같은 생각인 줄 알았는데, 유일하게 수지만이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이미 소고기 미역국은 깨끗이 클리어했고, 육회 비빔밥도 끝이 보인다.


너무 맛있게 먹고 있는 수지를 보고 누리는 의아해하며,

"너 호옥씨이?".

라고 물어보자, 수지는 무슨 의미냐는 표정으로 육회비빔밥을 꼭꼭 씹으며 누리를 본다.

그러자, 아로와 고야도 동시에 수지를 보며 말을 한다.

"너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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