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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Apr 04. 2024

함부로 판단하지 마 『무슨 벽일까?』

무슨 벽일까?(글/그림 존 에이지)

무슨 벽일까?

글/그림 존 에이지

옮김/권이진

불광출판사

(발행: 2019.01.18.)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책 가운데 벽이 있어요.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높은 벽입니다. 벽의 좌측에는 앙증맞은 갑옷으로 무장한 꼬마기사가 사다리를 들고 걸어오고, 오른쪽에는 커다란 동물들이 있네요. 코뿔소와 호랑이예요. 꼬마 기사는 벽에 사다리를 걸치며 독자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말하죠. 벽은 고맙다고요. 벽 저쪽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기 때문이랍니다. 꼬마 기사에게 벽은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수호기사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꼬마 기사는 벽의 위쪽에 벽돌이 하나 빠진 것을 지나치지 못합니다. 그는 빠진 벽돌을 끼워 맞추기 위해 사다리를 걸쳤던 거예요. 꼬마 기사는 흐뭇하게 이야기합니다. 책 이쪽은 안전하다고요. 벽 건너편은 사나운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위험한 곳이니까요.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벽 오른쪽으로 자그마한 생쥐가 다가오자 고릴라, 호랑이, 코뿔소와 같이 커다란 동물들이 깜짝 놀랍니다. 동물들은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죠. 아이가 있는 쪽도 그리 안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물이 흘러들어오고 있어요. 물은 점점 차오르지만 아직 아이는 눈치채지 못합니다. 물은 점점 차오르고 물속은 어느덧 약육강식의 세계로 바뀌었어요. 물고기들은 서로의 입을 크게 벌린 채 먹고 먹히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입을 크게 벌린 것은 물입니다. 물은 사다리를 삼키고 아이는 물에 빠집니다. 물속에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입을 크게 벌린 물고기예요. 막 잡아먹히려는 찰나, 어디선가 커다란 초록색 팔이 나타나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립니다. 아이를 들어 올린 것은 벽 너머에 있던 초록거인이었어요. 초록거인은 벽에 귀를 대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아이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거인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엉뚱한 소리를 해대요. “너는 나를 잡아먹을 생각이지!” 뜻밖의 말에 거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아해하지만 곧이어 너털웃음을 짓습니다. “하하하! 걱정 말아. 나는 착한 거인이거든. 그리고 책 이쪽은 아주 멋진 곳이야!” 거인의 말이 맞았어요. 아이가 무서워했던 책 건너편은 모두가 즐겁게 어우러져 사는 곳이었거든요. 

이 책은 『사자 자격증 따기』, 『밀로의 모자』를 지은 존 에이지의 그림책입니다. 그는 『무슨 벽일까?』로 2020년 볼로나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의 가운에 접지에 커다란 벽을 두고 양쪽을 서로 대비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는 점입니다.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운 하나의 그림은 책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며 단절되었던 두 세계가 사실 아이의 편견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해 주지요.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세계를 넘나드는 존재가 있어요. 생쥐입니다. 생쥐가 꼬마와 거인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전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  

꼬마기사는 벽 건너편은 안전하지 않다고 여겨요. 벽 건너편에 커다란 동물과 거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꼬마기사는 벽 건너편의 커다란 동물과 거인을 무서운 존재로 고정해버리지요. 짐승들은 위험하고 거인은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이가 있는 쪽이 더 위험한데 말이에요. 편견은 무엇이 합당한지,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지 못하게 눈을 흐리게 할 때가 많아요. 편견은 스스로 극복하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꼬마의 편견을 깨뜨려주는 사람은 초록거인입니다. 초록거인은 꼬마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벽에 귀를 기울이는가 하면 위기의 순간에 꼬마를 구출해 냅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상을 두려워하며, 자신이 만든 편견이라는 벽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이의 손을 잡아줍니다. 그리고 아이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지요. 거인에게서 배울 점이 많아 보입니다.       

                                                                               

이해질문     

· 벽이 책 가운데에 있는 이유가 있을까? 벽은 이 책에서 무슨 의미일까?

· 아이는 왜 벽 오른쪽이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할까?

· 아이는 거인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하는데 거인에 대한 어떤 소문을 들었을까?

· 아이는 자신을 구해 준 거인에게 왜 “너는 나를 잡아먹을 생각이지!”라고 말할까? 거인은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어땠을까?

· 거인은 왜 자신을 착한 거인이라고 말할까?

· 모든 동물이 같이 어울려 노는 책 오른쪽 세상은 어떤 곳일까?

· 아이에게 거인과 책 오른쪽 세상에 대한 진실을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을까?

· 만약 아이가 책 왼쪽 세상에 그대로 있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 만약 네가 거인이었다면 아이를 도와주었을까?

· 만약 아이가 거인에게 “너는 나를 잡아먹을 생각이지!”라고 말했을 때 거인이 화를 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질문     

· 벽 왼쪽에 있었을 때와 오른쪽으로 넘어온 후 아이는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 아이는 자신을 구해 준 거인에게 꼭 “너는 나를 잡아먹을 생각이지!”라고 말해야 했을까?

· 아이와 어른은 어떤 사람들을 빗댔을까?

·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 너의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누구의 도움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 지금까지 본 사람 중 알기 전과 안 후에 생각이 달라진 사람이 있었어?

· 덩치가 크고 험상궂으면 모두 나쁜 사람일까?

· 왜 우리는 진실을 알아야만 할까?

· 진실을 아는 게 왜 어려울까?

·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어떤 용기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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