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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Mar 27. 2024

웜홀에 간 까닭은?『날 좀 그냥 내버려 둬!』

날 좀 내버려 둬!(글/그림 베라 스미스골)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글/그림 베라 브로스골

옮김 김서정

미래엔아이세움

2017.07.25.

2017 칼데콧 명예상


어느 작은 마을에 할머니가 살아요. 할머니네 집은 작지만 가족은 매우 많습니다. 집 안은 늘 시끌시끌 야단법석이고 정신이 없습니다. 겨울이 코앞이라 뜨개질거리가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그냥 놔둘 리 없거든요. 막대기로 치기도 하고 실을 풀어헤치기도 하고 심지어 먹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결심합니다. 뜨개질거리를 커다란 자루에 넣어 집을 나섭니다.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라고 외친 할머니는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납니다. 조용한 숲에 가서 자리를 잡지만 곰과 산양이 할머니를 방해해요. 더 조용한 곳으로 떠난 할머니는 산꼭대기에 닿은 다음에는 달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달에서도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어요. 달에는 호기심 많은 외계인이 살고 있었거든요. 달에서 나온 할머니는 웜홀로 들어갑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웜홀은 텅 비어 있고 캄캄하고 조용합니다. 아무도 없지요. 드디어 좋은 장소를 찾았어요. 이곳에서는 아무도 할머니를 방해하지도 않고 시끄럽게 굴지도 않아요. 할머니는 스웨터 서른 벌을 완성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할머니는 왜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라고 말할까요? 할머니는 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모두 모두 집단에 속해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집단이 생겨요. 동물과는 달리 인간들이 만들어낸 집단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거대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집단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집단이 기대하는 다양한 역할에 기대와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요. 가족의 구성원으로의 책임, 직장에서의 책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성별에 따른 기대, 각 나이대에 요구받는 사회적 책임 등 여러 기대와 압력 등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집단 내에서 기대되는 역할과 책임에 매몰되어 기력을 소모하곤 합니다. 에너지가 고갈되고 우울감이 찾아오지요.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베라 브로스골의 그림책입니다. 만화이기도 한 베라브로스골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일하기도 했고 『아냐의 유령』으로 청소년을 위한 최우수 출판물에 주는 상인 아이스너 상을 받았습니다. 그 후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로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합니다. 집단 내에서 기대되는 역할에 부응하려 애쓰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죠. 할머니는 그동안 집 안에서 할머니로서, 어머니로서, 가장으로서, 또한 여성으로서 많은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상당했겠지요. 집단 안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집단 밖에서 치유해야 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숲으로, 동굴로, 달로, 웜홀로 떠나는 할머니처럼요. 

부모는 종종 혼자 있는 아이를 걱정합니다. 자녀가 학교에서 늘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기대하고, 하교 후에는 빈틈없이 짜인 시간표대로 공부하길 바라죠. 그러나 늘 노는 아이도 없고, 항상 공부만 하는 아이도 없습니다. 아이들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아이들도 학교나 가정, 학원, 친구관계 등에서 나름의 기대와 역할이 있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요. 혼자 있는 시간은 온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요. 비록 그것이 부모님이 기대하는 바와 다르거나 어쩌면 못마땅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부모도 느긋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다시 밖으로 나갈 힘이 생기거든요. 늘 바쁘게 살던 할머니는 웜홀에서 조용히 스웨터를 뜨면서 에너지를 회복합니다. 다시 돌아온 할머니에게서 한낮의 태양처럼 밝아진 표정을 눈치채셨나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힘이 되는 그림책입니다. 


이해질문     

· 할머니는 왜 자기를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할까?

· 혼자 있기 위해 깊고 어두운 숲으로 들어갔을 때 무섭지 않았을까?

· 왜 아기곰들은 털실뭉치를 좋아할까?

· 할머니는 웜홀에서 스웨터를 뜨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 너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어? 언제 그런 생각이 들어?

· 만약 네가 할머니라면 뜨개질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났을까?

· 혼자 있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 화가 났던 경험이 있어?

· 만약 네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평생 산다면 좋을까? 

· 학교나 유치원, 학원에 다니고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적이 있니?

·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하므로 억지로 했던 적이 있었니? 그때의 감정은?


생각질문

· 할머니는 혼자 있을 곳을 찾아 웜홀에 들어가는데 현실에서도 웜홀에 들어갈 수 있을까?

· 떠나기 전 할머니는 잔뜩 찡그린 표정인 데 비해, 웜홀에서 돌아온 할머니는 밝은 얼굴이잖아.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 할머니에게 스웨터는 무슨 의미일까?

· 혼자 있기 위해서 꼭 먼 곳까지 가야만 했을까?

· 너는 너만의 공간이 있니?

· 사람들은 모두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할까?

·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 웜홀은 무엇일까?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

· 달의 외계인은 호기심이 많을까?

·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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