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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Feb 21. 2024

나도 할 수 있어요『벗지 말걸 그랬어』

벗지 말걸 그랬어(요시타케 신스케)

벗지 말걸 그랬어

요시타케 신스케(옮김 유문조)

위즈덤하우스

2016.5.10.

2017.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사진출처: 알라딘>


  모든 일은 엄마의 “목욕해야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당탕 하루가 끝나갈 무렵 이미 파김치가 되어버린 엄마는 빨리 목욕을 시키고 쉬고 싶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놀이에 빠져 있고요. 다급한 엄마는 서둘러 아이의 옷을 벗깁니다. 아이는 ‘내가 벗을 거야!'를 외치지만 옷이 그만 머리에 걸려 버립니다. 아이는 끝까지 혼자 벗을 수 있다며 이런 저런 시도를 합니다. 옷을 위로 잡아당겨 보기도 하고 머리를 이리저리 비틀어서 좋은 각도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이러저러한 시도도 실패로 돌아가자 아이는 옷을 벗지 않기로 하지요. 옷을 벗을 수 없으면 안 벗으면 된다고 합니다. 옷이 걸려 있어도 훌륭하게 자랄 수 있으니까요. 불편한 점도 별로 없어요. 목이 마르면 빨대로 먹으면 되고, 고양이가 배를 간지럽히면 먹이를 주고 쓰다듬어 주면 됩니다. 단, 옷이 낀 채로요. 이제 아이는 걸어다니는 노란 브로콜리가 되었습니다. 손을 위로 올린 채 뒤집어진 티셔츠가 머리를 감싼 모습으로요. 볼록 튀어나온 귀여운 배와 젖꼭지, 배꼽이 눈코입 같기도 합니다. 아이는 옷이 팔과 목이 낀 채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옷이 머리에 낀 채 돌아다니던 아이는 자기와 똑같은 친구를 만납니다. 그들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멀리서 운명의 상대처럼 서로 알아봅니다. 서로의 머리를 합체하고 완벽한 하나의 김밥이 되어 즐겁게 굴러다니는 모습이라니! 옷이 걸렸다고 짜증내거나 누구를 원망하는 대신 즐거운 상상을 펼칩니다. 관점의 전환이 가져온 즐거운 상상은 아이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선사해 줍니다. 아이는 끝까지 자존심을 세웁니다. 혼자 벗겠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바지가 벗겨지는 수난을 당합니다. 당당하게 혼자 벗겠다고 선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우스꽝스러운 개구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엄마에게 면이 서지 않네요. 한숨을 쉬며 아이의 옷을 능숙하게 벗기고 목욕탕으로 데려가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내가 이럴 줄 알았지'라는 말풍선이 보이는 듯합니다. 

아마 아이는 목욕도 혼자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옷에 걸린 것도 속상한데 목욕까지 엄마가 시켜주다니 결국 모든 게 엄마의 뜻대로 되었어요.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 자존심이 상합니다. 무너진 자존심을 만회하고자 옷을 혼자 입으려고 애쓰지만. 그마저도 걸려 버리는 아이. 이 귀여운 꼬마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이들은 커가면서 스스로 자립심을 키워갑니다. 서툰 몸짓이지만 도전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지켜보는 부모들의 실랑이가 잦아지죠. 혼자 해보겠다는 아이를 격려하며 지켜봐야 함을 알지만, 부모는 늘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아이는 야심차게 스스로 옷을 벗어보겠다고 선언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옷 입기도 역시 마찬가지였죠. 

  발상의 천재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소재를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로 버무려냈습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벗지 말걸 그랬어』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의외의 상상력을 보여주며, 지금까지 직접 쓰고 그린 책의 대부분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벗지 말걸 그랬어』는 읽는 이의 허를 찌르는 재치와 유머, 거기에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작은 단면을 뒤집어 자세히 보게 합니다. 난감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깨알같이 찾아내는 즐거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겪게 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포인트를 찾아 위트있게 표현한 이 책은 부모와 아이 모두 공감하며 읽지 않을까요? 특히 옷이 머리에 끼어본 적 있는 아이라면요!      


이해질문

· (표지를 보며) 제목이 왜 “벗지 말걸 그랬어”일까? 아이는 옷을 벗은 것을 후회하는 것일까?

· 왜 엄마는 밤마다 “목욕해야지”라고 말할까? 목욕을 꼭 해야 할까?

· 머리에 옷이 걸리면 어떻게 하면 벗을 수 있을까?

· 머리와 다리에 모두 옷이 걸린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 너도 옷을 벗다가 머리에 걸린 적이 있어?

· 만약 옷이 머리에 걸린 아이를 만나면 어떻게 할래?

· 머리와 다리에 모두 옷이 걸린 아이를 보니 무엇을 닮은 것 같아?

· 현재 네가 스스로 하기는 어렵지만 스스로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니?

· 마음만 먹으면 내 일은 나 혼자서 할 수 있을까?

· 어떤 일을 혼자 해보겠다고 하다가 잘 안 되어서 곤란했던 적 있어?


생각질문

· 왜 아이는 끝까지 스스로 옷을 벗으려 할까? 왜 엄마가 벗겨주는 게 싫을까?

· 머리에 옷이 걸리면 어떤 점이 불편할까?

· 네가 스스로 할 때까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기다려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하는 것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남이 해주는 것 중 어떻게 하는 게 좋아?

· 자립심이란 무엇일까?

·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게 왜 중요할까?

· 왜 어른들은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할까?

· 현재 네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니?

· 아이가 “내가 벗을 거야!”라고 했는데도 급하게 옷을 벗긴 엄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 지금 할 수 없는 일도 시간이 흐르면 잘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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