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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Feb 28. 2024

강은 어디로 갈까?『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글/리처드T. 모리스, 그림/르윈 팜)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글/리처드T.모리스, 그림/르윈 팜(옮김 이상희)

소원나무

2020.03.30.

2020. 칼데콧 명예상

<사진출처: 알라딘>


  어느 날 곰은 강을 따라갔습니다. 그저 궁금해서였지요. 곰은 강에 빠지고 새로운 모험이 시작됩니다. 강에 빠진 곰에게 폴짝 뛰어오른 개구리는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했지만, 사실은 친구가 많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거북이들은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알리려 애썼지만, 통나무배 타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몰랐죠. 뒤이어 올라탄 비버는 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히 알지만 둘러 가는 길도 있다는 건 몰랐고, 통나무배에 떨어진 너구리들은 내달리는 게 신났지만 조심해야 한다는 건 몰랐습니다. 콰당 부딪친 오리는 여럿이 함께 있는 게 좋았지만, 곧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줄은 몰랐죠. 통나무배에 몸을 실은 동물들은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을 기다린 것은 폭포였죠. 동물들은 폭포 아래로 떨어지지만, 서로의 손을 꼭 잡아요.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 의지한 동물들은 모두 무사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이렇게 함께 있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즐거운지요.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는 리처드 T. 모리스가 글을 쓰고 르윈 팜이 그림을 그린 책입니다. 리처드 T. 모리스는 음양 무늬를 보다가 각자의 개성과 함께 있을 때의 균형에 대한 영감이 떠올라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림책 곳곳에 숨겨놓은 여러 장치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먼저 살펴볼 부분은 색감이에요. 앞면지에는 곰의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강의 모습이 나옵니다. 회색빛 숲 가운데에 구물거리며 흐르는 강만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지요. 책은 곰이 강물에 빠지고 여러 동물이 하나씩 올라타게 되면서 점점 책이 화려해집니다. 개구리가 뛰어오를 때에는 강가의 풀이, 거북이들과 비버가 오르면서 나무가, 너구리와 오리가 합세하면 회색에서 본래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 됩니다. 동물들이 폭포에 다다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 페이지에서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어요. 동물들이 지나온 곳은 유색으로, 아직 가지 못한 폭포 너머는 회색입니다. 동물들이 폭포 아래로 떨어진 후 동물들을 바라보는 토끼와 사슴은 여전히 회색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도 칼라로 바뀝니다. 뒤면지를 보면 숲이 제 색깔을 찾았어요. 회색의 숲에서 원래 자연의 색을 입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부분은 시선처리입니다. 동물들이 탄 통나무배가 폭포에 다다르면서 시점은 세 번 바뀌어요. 통나무 배에 탄 동물들이 바라보는 1인칭, 폭포에서 떨어질 때 밖에서 바라보는 근접 3인청, 폭포 아래에서 즐겁게 노는 동물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3인칭. 이러한 시점의 변화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책을 역동적으로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주의 깊게 볼 것은 동물들의 표정과 행동입니다. 곰은 계속 소심한 표정으로 등장하다가 폭포에 떨어지고 나서야 긴장을 풀고, 개구리는 누군가를 꼭 붙들고 있어요. 거북이는 계속 어리둥절하고 비버와 너구리, 오리는 표정부터 행동까지 활기차네요. 각 캐릭터를 주의깊게 살펴보면 그들의 성격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은 우연히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우연은 여러 친구를 만나면서 필연을 만들어냈지요.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폭포는 친구와 마주잡은 손으로 이겨낼 수 있었고 그 끝에는 함께하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삶이라는 강에 자신을 맡기고 성큼 배에 올라타 볼 것, 개성이 다른 이들과 힘을 합치고 함께 모험을 떠나 볼 것’이라고 애기합니다. 동물들이 서로 만나고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강을 따라갔기 때문이었지요. 우리는 누구를 만날지 알 수 없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을 통해 성장합니다. 우리 삶은 어느 강을 따라 흐를지 예측할 수 없지만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고요. 새로운 물줄기가 우리를 기다릴 거예요.      


이해질문

· (앞면지를 보며) 강을 제외한 숲은 왜 흑백일까?

· (앞면지를 보며) 강을 따라 숨어있는 동물들을 찾아볼까?

· 곰은 그저 궁금해서 강을 따라갔다고 하는데 무엇이 궁금했을까?

· 곰이 통나무를 타고 강을 따라갈 때의 표정을 봐. 어떤 감정인 것 같아?

· 곰은 모험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을까?

· 개구리는 왜 계속 다른 동물들을 안거나 안겨있을까?

· 여행을 지속할수록 곰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고 있어? 어떤 감정의 변화를 느낄까?

· 절벽에서 떨어질 때 동물친구들은 왜 서로 붙잡았을까?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 폭포 아래로 떨어지며 “야호, 신난다!” 외친 까닭은 무엇일까?

· 너는 어떤 강물을 따라가고 싶어?


생각질문

· 동물들에게 폭포 아래 세상은 어떤 의미일까?

· 곰이 강을 따라가면서 한 일은 여행이라 볼 수 있을까?

· 책을 읽고 면지를 다시 보니 어떤 느낌이야?

· 왜 흑백에서 점점 칼라로 바뀔까?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 폭포에서 떨어지기 전 동물들의 눈으로 폭포를 바라보니 어떤 느낌이 들어?

· 새로운 경험은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

· 우리 삶도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은 즐거울까?

·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은 왜 어색하고 불편할까?

·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하면 더 즐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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