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여자에게 대단한 모성이 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감성적인 성격도 아니었고,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어 이치에 맞는 일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며 밤을 지새우는, 고민의 밤을 지내본 적도 없다. 그저 스무 살이었다.
그럼에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벗어나고자 한 적도 없었다. 우울하지도 않았다. 나에게 아기는 자업자득이고 내 안에서 나온 내 것이기에, 당연히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였다. 그래서 내가 겪는 모든 일들은 나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이었고, 나는 수행과제를 하듯 아기가 태어난 가을과 첫눈을 맞았던 겨울, 그리고 스물한 살이 된 봄을 지나왔다. 미래를 생각할 금전적 여유와 지혜는 없었지만(그런 지혜가 있었다면 그렇게 살았겠냐마는) 때 되면 복학하고 돈 벌어, 남자와 아기와 여자. 셋은 어떻게든 살아가낼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의 생각은 달랐다. 남자는 여자도 아기도 너무 큰 짐이었다. 심성이 착해 나 몰라라 내팽개칠 수는 없었지만 스무 살의 남자가 오롯이 짊어져야 했던 여러 가지 “책임”들에 남자는 힘겨웠었다. 남자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리가 없는 국방부는 입영통지서를 보내왔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시방은 폐업을 하는 지경이 되자 남자는 굉장히 곤란했을 것이다. 남자에게는 남자만의 비밀이 생겼고, 여자는 알지 못했다.
8월은 여자의 생일이다. 현재의 상황을 부모님은 전혀 모른다. 그저 딸이 돈이 없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생각했고 여자의 생일이 다가와 집으로 오길 권했다. 여자는 집에 가면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먹을 수 있고, 또 일부는 싸 올 수도 있으며, 작으나마 쥐어주는 용돈도 받아 올 수 있었기에 부모님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하룻밤을 부모님 집에서 보냈다. 한동안 먹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고, 용돈도 받아 들고 계획한 과업은 다 이루었다 생각하며 남자와 아이가 있는 모텔로 어두워지는 노을을 뒤로 한채 들어갔다.
머물던 방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나 생각했고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기가 태어난 후, 여자는 단 한 번도 그 방에 혼자 남겨진 적이 없다. 굉장히 잘못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여자가 컴퓨터를 켰다. 바탕화면에 남자가 남겨둔 편지가 있었다. 꽤 긴 글이었지만, 요약하자면 내용은 이러하다. “나 때문에 네가 휴학을 하고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은 옳지 않아. 나는 너와 헤어지겠다. 아이는 친한 형이 돌봐주신다고 하여 맡겼어. 너는 다 잊고 네 인생을 살아."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내 아기를 찾아야 한다.라는 생각뿐이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내 아기가 없어졌다고, 엉엉 소리 내어 울면서 내 아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 친구 두 명에게 전화를 하였다. 내 아기가 없어졌고, 찾아야 한다고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날벼락같은 소리에 그들은 놀라기보단, 엉엉 우는 나를 달래주었다.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아기가 없어졌고 찾아야 한다고. 작은 몸을 동동거리며, 모텔 안 작은방 가득 여자의 울음소리가 채워졌다. 그날은 여자의 스물한 번째 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