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ㅇ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별점: 5.0/5.0
한줄평: 인공지능에 직격타를 맞은 바둑 현장으로 돌아온 장강명 작가의 신작
발간일: 2025년 6월 26일
읽은 시기: 2025년 7월
종합평: 2011년 "표백"으로 등단한 장강명 작가는 원래 신문기자였다. 표백뿐 아니라 "우리의 소원은 전쟁", "댓글부대" 등 그가 썼던 여러 작품들을 여러 번 읽었는데, 간결하고 흡입력 있는 문체를 높게 평가한다. 기자출신이라는 강점을 살려 인공지능에 직격타를 맞은 바둑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로 그가 돌아왔다. 체스, 바둑 등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과거에는 바둑은 예술과 철학의 영역이었으며 바둑 고수들은 존경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상위 랭커가 아니면 과거와 같은 지위를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1.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창의성이 "특정 영역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내고 그 영역에 속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바둑에서의 창의성은 프로기사들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인데, 바둑기사들은 AI의 바둑을 창의적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이희성 9단은 창의성은 인간적인 특성이며 "인공지능이 두는 수는 그냥 정답에 가까운 수"라 평가한다.
2. 기계는 창의적일 수 없을까. 창의성은 인간의 전유물이며 인공지능은 창의적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보다 실력이 뛰어난 AI가 침투하는 영역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기성 전문가들의 지위는 약해지고 AI를 통해 새롭게 이득을 보는 신흥 세력이 부상할 것이다.
3. AI의 등장으로 피해를 본 집단과 수혜를 본 집단은 동시에 존재한다. 바둑은 초반 포석의 30-50수가량을 AI로 암기해서 두게 되었는데, 초반 포석을 잘 두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배웠던 영재들이었다. 초반 포석을 잘 둬서 강점을 갖고 있던 기존 고수들은 피해를 봤지만, 중반 이후의 승부에 강점이 있었으나 초반에 약해 하위권에 머물렀던 바둑 기사들이 수혜를 보게 된 사례가 나온다.
4. 과거에 배운 것을 고집하며 AI포석을 거부한 기사들은 순위권에서 멀어졌다. 장강명 인터뷰: “AI는 없는 인간만의 뭐가 있다? 그런 말 하는 사람 다 밀려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bBaTc1JE42w&t=49s)
5. 바둑 민주화. 2018년 바둑 AI 프로그램이 보급되면서 공동연구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인간 기사들이 며칠간 토론한 것보다 AI가 몇 분만에 내놓는 대답이 훨씬 뛰어난 수였다. 과거에는 고수들끼리 모여서 공동연구한 결과물은 고수들끼리만 공유해서 상/하위권 실력 격차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더 뛰어난 기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으므로 이를 바둑 민주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6. 경험의 멸종. 공동연구를 할 이유가 사라졌으므로 독방에서 AI와 하루 종일 홀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현재 바둑을 잘 두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연구를 하면서 얻는 대면 경험의 소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잃게 만들 수 있다. 대면 경험 자체가 주는 이점이 분명히 있는데 이것이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경험의 멸종(크리스틴로젠, 2025년 5월 22일 발간)"이라는 책에서 추가 리뷰할 예정이다.
7. 가위바위보도 이제 AI가 더 잘한다. 미국 선거 예측 사이트 FiveThirtyEight을 창립한 네이트 실버의 신간 리스크테이커_On the Edge에 소개된 내용이다. (원문은 작년 발간됐으나 한국어 번역본은 2025년 7월 10일이다) 사람에게 가위바위보를 반복적으로 시키면 바위를 연속해서 낸다거나 순서대로 낸다거나 하는 식의 패턴이 생기게 되는데, AI가 이를 포착해서 공정 기댓값인 33%다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추후 별도 리뷰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