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위기와 격변을 낳는 구조적 요인은 무엇인가
ㅇ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별점: 4.5/5.0
한줄평: 위기와 격변을 낳는 구조적 요인의 공통점
발간일: 2025년 3월 28일
읽은 시기: 2025년 8월
1. 정치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가장 위험한 인구 집단은 고학력 청년 남성이다. 고급 학위를 가진 젊은 인재를 소화할만한 충분한 일자리가 없다는 문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는 아니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젊은 졸업생이 과잉생산되고, 공적 신뢰가 감소하고, 공공 부채가 폭증한다는 사회 지표들이 실제로는 서로 역동적으로 관련된다.
2. 소외된 엘리트는 혁명 성공을 위해 프롤레타리아를 동원한다. 이 용어를 대중에게 주입한 가이 스탠딩은 학위 보유자들도 프레카리아트 집단의 한 유형으로 보았다. 정말로 위험한 혁명가는 좌절한 엘리트 지망생들로 자신들의 특권 덕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혁명을 위해 대중을 동원한다. 고학력 프레카리아트로 전락할 운명인 젊은이들이야 말로 불안정성 말고는 잃을 것이 없는 집단이다.
3. 벤저민 프랭클린과 서울의 봄.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 독립 전쟁 전에는 영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때문에 동료들 중에는 그가 오히려 영국의 스파이일 수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영국의 주류 엘리트가 되지 못했던 그는 영국을 배신하고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가 된다.
영화 '서울의 봄'의 인물 전두광도 비슷한 주장을 하며 육사 동기들을 독려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울대생들보다 공부를 잘했던 자신들이 인사 적체로 진급에서 밀리게 되는 것이 혁명의 주요 이유인 것으로 묘사된다. (전두광: 여기 대령 이하 잘 들어라. 느그들 서울대 갈 만큼 공부 잘했잖아, 그자? 근데 집구석에 돈 없고 빽 없어서 맥여주고 재워주는 육사 왔잖아.근데 아직 별도 못 달고 있잖아, 느그들 억울해 안 해? 눈까리 똑바로 뜨고 내 쳐다보라고! -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화 안에서의 묘사이다.)
4. 소외된 엘리트였던 링컨과 당시의 남북 간 경제 구조의 간극. 귀족 출신이었던 건국의 아버지들과 달리 링컨은 변방의 독학한 변호사였다. 당시 새로운 부의 원천은 남부의 면화가 아닌 광업과 철도, 철강 생산이었다. 새로운 백만장자들은 경제 이해관계가 기존 엘리트들과 달라 남부 귀족의 지배에 짜증을 냈다. 반면 면화를 수출해야하는 남부 엘리트들은 낮은 관세를 선호했다. 무엇보다 엘리트 숫자가 극적으로 증가하며 정부 공직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다. 엘리트 지망자 수가 폭증하자 정치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졌다.
5. 링컨의 득표율은 전체의 40%에 못미쳤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했다. 그러자 남부가 연방에서 탈퇴하며 남북전쟁이 촉발됐다. 북부의 전쟁 승리는 전쟁 전의 지배계급이 전복되고 새로운 경제 엘리트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늘날 석학들은 종종 지금 마치 남북전쟁 직전인 1850년대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유사성을 지적한다.
6. 거대한 제국은 살인이 아니라 자살로 죽는다. 아널드 토인비는 제국 내부의 사회적 와해는 내부의 힘에 의해 생겨나며, 이로 인해 제국이 붕괴된다고 주장한다. 집단적 폭력은 리듬을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직접적 폭력을 겪으며 자란 아들 세대는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지만, 폭력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던 손자 세대들은 할아버지들의 실수를 되풀이한다. 따라서 두 세대에 거쳐 이러한 사태가 되풀이되므로 대략 50년이라는 주기가 만들어진다.
7. 역사의 기록이 풍부하다는 문제. 물론 위 사례들은 역사의 수많은 사례 중 일부를 취사선택한 것이다. 석학들과 정치인들은 종종 역사의 교훈을 들먹이지만, 역사의 기록이 풍부해서 저마자 자신이 선호하는 주장의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역사동역학(Cliodynamics, 피터 터친의 연구분야) 데이터과학 기법으로 여러 세대의 역사학자들이 편찬한 자료를 빅데이터로 다룬다.
8. 금권정치 엘리트에 취약한 민주주의. 이익집단이 많은 권력을 획득하면 필연적으로 권력을 이기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초기 러시아 제국은 농민과 귀족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복무하는 나라였지만, 권력이 많아진 귀족들은 자신들만 복무를 면제받는 식으로 삼자협약을 뒤집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9. 정부 기관들은 경제 성장을 보고할 때 물가 상승률을 과소평가하려는 유인이 강하다. 예를 들어 정부 기관마다 상이하게 사용하는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는 평균 0.5% 차이가 나는데, 이 것이 40년 간 누적되면 10%의 차이가 된다. 미국 중간계급의 삶의 질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 품목은 고등 교육, 주택 소유, 건강 유지 세 가지인데, 이 셋 모두 공식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