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끝이 아닌 마음
나는 졸업식에 가지 않는다.
3년 동안 함께 상담한 너를 졸업시키는 날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끝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좋아했던 드라마도 결말을 안 본 채 멈춘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보다가 질린 거냐?” 묻지만, 아니다. 나는 이별을 싫어한다.
매년 맞이하는 이별이지만, 익숙해진 적은 없다.
여전히 슬프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너 같은 아이들을 보내왔다.
그래서 어느새 ‘너’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남은 많은 얼굴이 되었다.
언제나 나의 복도에는 너희가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일 것 같다.
성장한 너희 중 누군가가 훗날 나를 찾아온다 해도,
그 시절의 너희는 여전히 내 안에서, 나의 복도 속에서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졸업식이라는 축제에도 나는 가지 않는다.
즐겁고 환한 해방의 자리에서 나 혼자 울어버릴까 봐.
대신, 상담실에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보며 그리워한다.
내가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 그 순간의 너희를.
어쩌면 나는 그리움 자체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너희가 떠날 때마다 손 편지로 응원하고,
아이들이 내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늘 “손편지”라고 답하는 이유다.
그 편지들은 나의 보물주머니 속에서, 빛나는 조각이 되어 남는다.
그 시절을 잊더라도, 그 조각들이 나를 다시 앞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예전의 나보다 나이가 많아진 옛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중년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서, 상담실에서 기다린다.
이곳에는 끝이 아닌 헤어짐만이 있기 때문이다.
긴 삶의 연장선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빛나고, 강해진다.
아직 여전히 이별에 약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너희와의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돌아보면, 밋밋한 일상 속에서 예쁜 추억을 남겨줘서 고맙다.
내 안에 남은 너희의 이야기는 지금도 조용히 숨 쉬고 있기에.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너희의 성장이고,
긴 삶 속에서는 하나의 작은 점일 뿐이다.
그 점이 모여 너희의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기를,
그리고 우리가 만났던 순간이 그 곡선 속에 남기를 바란다.
늘 누군가의 떠남을 배웅하며 마음을 다듬는다.
헤어짐은 내 일의 일부이자, 나의 삶이기도 하다.
그 헤어짐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진심으로 만나면, 끝은 없어도 여운은 남는다는 것을.
나는 약하지만, 너희와의 모든 기억을 안고 여전히 이 자리에 있다.
정리하지 않고, 버리지 않고,
내 안에서 작게 살아 숨 쉬게 두면서
조금 더 강해진 마음으로 오늘도 하루를 살아간다.